[편집국에서]하나시티즌 '대전' 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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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하나시티즌 '대전' 품어야

박병주 정치부(체육담당) 차장

  • 승인 2020-04-13 15:58
  • 수정 2021-04-29 18:01
  • 신문게재 2020-04-14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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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주 정치부(체육담당) 차장
기업구단으로 전환한 대전하나시티즌이 출범 첫해부터 지역 체육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업고도 지역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최고 가치는 이윤추구라는 점을 부인할 순 없다. 하지만 체육계 일각에선 갓 시민구단 꼬리표를 뗀 구단이 돈벌이에 급급해 지역사회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지역에서는 대전월드컵경기장 내 볼링경기장을 '락(樂)볼링장'으로 전환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주최는 기업구단으로 새롭게 출범한 프로축구 대전하나시티즌이다.



하나시티즌은 서울에 있는 A업체를 통해 대전월드컵구장 활용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다. 이중 대전월드컵 볼링경기장을 '락볼링장'으로 추진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아직 결정된 건 없다. 오는 7월 임대 계약이 만료되는 상황까지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기장이 텅텅 비워지기 전에 활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여 진다.

하나시티즌 측은 "여러 업체에서 제안서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락볼링장 전환에 대한 소문을 들었지만, 현재 검토 단계로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일축했다.

급기야 볼링 경기장을 사용하고 있는 대전시 볼링동호인과 지도자 1만여 명은 '락볼링장 사업 반대'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월드컵볼링장에 엘리트 선수는 물론 400여 개 클럽 1만여 명의 동호인들이 시설을 이용하는 데 락볼링장으로 추진할 경우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4년 후 전국체육대회와 2030 아시아게임 볼링 종목 경기장으로 꼽혀 왔던 경기장이 락볼링장으로 전환될 경우 활용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향후 하나시티즌과 지역 체육계와 마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12일 출범 100일을 맞은 하나시티즌은 국내 프로스포츠계에서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전환된 첫 사례다.

그만큼 팬들의 기대는 물론 다른 시·도민구단의 시선도 집중된 게 사실이다.

이런 하나시티즌은 시즌 개막도 전에 지역 체육계와 갈등을 빚으면서 눈총을 사고 있다.

논란이 지속되자 대전 지역 볼링을 아우르는 대전시볼링협회도 락볼링장 반대에 나섰다. 협회는 지난달 말 구단 최종 결재권자인 허정무 이사장과 면담을 요청했다. 현재까지 일정에 대한 회신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티즌 내부 직원과 협회 간 한차례 자리를 가졌다. 지역 체육계 분위기 파악을 위해서라 볼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대전시티즌 인수 당시 첫 번째로 꼽은 내용이 '대전시티즌의 정체성과 역사성 계승'이다. 대전시티즌은 물론 연고지인 대전시와 함께 성장하는 프로구단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하나시티즌에는 '대전'은 없어 보인다.

최근 코로나19 기부 동참에도 시선이 곱지 않다. 구단 임직원과 선수들이 성금과 마스크 등을 지역 사회에 내놨지만, 시점이 아이러니하게도 지역 체육계와 논란이 일어난 이후다. 또 마스크 대란 당시에는 꽁꽁 묻혀뒀다가 5부제 시행 후 안정적 공급이 이뤄진 시점에서 풀어 '보여주기 식 기부'라는 목소리도 있다.

프로축구 대전시티즌은 지난 22년 간 대전시민과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가난한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을 기업 구단인 하나금융그룹이 인수할 때도 팬들은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도록 박수를 보냈다. 그런 하나시티즌이 팬들의 마음을 헤아렸으면 한다. 하나시티즌이 지역 정서에 맞게 '대전'을 품었으면 한다. 프로스포츠의 기본은 팬이다. 팬들과 함께 '축구 특별시' 대전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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