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코로나19와 공공시설 복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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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코로나19와 공공시설 복합화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 승인 2020-04-13 08:09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송복섭 교수
송복섭 교수
요즘 영화채널에서는 지금으로부터 거의 십 년 전 개봉한 '컨테이젼'이란 영화가 재방송을 거듭한다. 작금의 코로나19 세상을 예견한 듯한 스토리로 관심을 끌고 있는데, 팬데믹 세상에서 벌어지는 인간 본성과 군상을 다룬다.

영화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벌어지는 격리, 시설 부족 등 도시공간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다행히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인정받아가고 있지만, 우리도 얼마 전 코로나19 초기에 만만치 않은 혼란이 있었다. 공공시설을 임시생활시설로 교민에게 제공하는 문제는 한때 해당 지역 주민으로 하여금 '님비' 논란을 일으켰고, 한도를 초과해 몰려드는 환자를 수용할 공간이 부족해 타 지자체로 옮기는 일도 발생했다.

웬만한 사건이란 일상의 삶이 지속되는 가운데는 문제될 것이 없다. 필요한 시설수요는 때로는 예측에 따라 계획적으로 공급되기도 하고 시장논리에 의해 서비스 제공과 이익 창출을 따라 채워지기도 한다. 정부는 장기적 플랜으로 웬만한 대비를 위한 대한 계획을 세우고 또 매년 예산이란 이름으로 예측하여 살림살이를 꾸린다. 미디어는 연말이 되면 으레 다음 해에 유행할 아이템과 이슈를 생산하기에 바쁘다. 어쩌다 유행을 선점하여 큰 이득을 본 사례가 호들갑처럼 소개되기도 한다.

그러나 재난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 드라이브 스루 검사방법처럼 기발한 아이디어로 재빠르게 대응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주공간과 같이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포항지진과 고성산불 이재민은 아직도 임시시설에서 거주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대구에서는 쇄도하는 환자를 구분하여 수용하기 위한 생활치료시설의 공급 문제를 겪었다. 이러한 난리는 결국 재난 상황에서 발생하는 급격한 수요를 처리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다. 그렇다고 일상에서 예측불허를 대비하여 상시로 이러한 시설을 공급하고 관리할 수는 없다.



결국 대안은 여분의 공공시설을 다양한 변화와 수요에 대응하도록 운영하는 일이다. 이번에도 해외 입국자를 위한 임시생활시설은 대부분 정부기관이 보유하고 있던 연수시설이었다. 재난 상황에 마주할 수 있도록 유사한 공공시설을 충분히 확보해둘 필요가 있으며, 애당초 시설을 다른 용도로 전환될 수 있도록 계획과 건설단계에서 미리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새로 공급하는 일뿐만 아니라 기존 시설도 리모델링 등의 필요한 과정을 거쳐 다른 용도로 전환될 수 있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폐교나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여 방치된 노후 공공시설을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도록 재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공공시설 복합화도 현실적으로 유효한 대안으로 꼽힌다. 학생 수가 줄어 남아도는 학교공간을 평상시 주민의 복지시설로 운용하다가 재난 상황 등 긴박한 수요가 발생하면 용도를 전환하여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시뮬레이션을 선행해야 할 것이다.

혹자는 애초에 기능이 다른데 어떻게 전환이 가능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래 공공건물은 모듈개념에 따라 범용의 공간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일반적이다. 웬만한 시설과 공간의 복합화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며, 문제가 되는 것은 관리와 운영방식인 경우가 많다.

공공시설 복합화가 공간과 관련한 여러 사회문제를 처리하는데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행이 어려운 것은 관리주체와 책임 문제 등 경직된 행정과 제도인 경우가 많다. 폐교 직전의 문턱에 있어도 관리주체인 교육청은 혹시 다시 늘지도 모르는 학생 수를 대비해 다른 대안은 생각지도 않으려 하고, 이전해 간 공공기관 건물을 적절한 용도로 사용하고 자해도 원청으로부터 관리전환을 받아오기가 그리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얘기들 한다. 많은 것들이 달라질 것으로 예견된다. 들이닥칠 것이라던 온라인 교육시장이 코로나19 덕분에 활짝 열렸다. 택배 문화와 온라인시장은 가속도가 붙었다. 차제에 행정의 패러다임도 획기적으로 변하길 기대해본다. 책임을 물리고 그 여부에 따라 질책하는 방식을 떠나 참여와 선한 의도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바뀐다면 공공시설 복합화에 대한 논의도 활짝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행정은 관리가 아니라 서비스여야 한다.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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