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신천식의 이슈토론 진행자 |
현대사회에서 불거지는 사상초유의 대형 안전사고와 다양한 위협문제는 자칫 인류의 전멸을 야기할 수도 있으며 그 원인을 살펴보면 인간중심의 이기적 세계관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늘려가고 있다. 인간중심주의를 탈피하고 물질적 성장과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근대적 합리화 과정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평가하며, 향후의 발전 방안에 관하여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진지한 성찰과 각성의 목소리 또한 커져가고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Ulrich Back)은 그의 저서 위험사회에서 현대 산업사회가 지닌 본래적이며 근원적인 위험성을 다섯 개로 요약하여 제시한다. 하나, 현대의 위험은 방사능과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이 초기에는 인간이 가진 오감으로는 인지하거나 느낄 수 없다. 둘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위험해질 수 있는 사회적 지위를 갖게 된다. 셋, 위험의 확산과 상업화는 자본주의의 발전 논리를 종식시킨다. 넷, 부는 소유할 수 있지만 위험은 통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으로 경험하거나 공인된 위험은 특수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게 되며 지금까지 비정치적인 것으로 인정되던 것들이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정치적 사항이 된다. 생태계 파괴와 지구온난화, 탈 원전 관련 주요 에너지정책 등의 거대담론이 새로운 정치적 관심사안으로 부상하는 대표적 사례가 된다. 인류 모두와 지구생태계 전부를 파멸로 이끌 위험사회는 근대화의 부작용이며 그림자이고, 현대사회가 재앙에 기반하여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즈볼라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과 새로운 변종 출현의 가능성, 체르노바가 상징하는 위험은 우리 스스로가 자초한 인간중심적 발전론과 과학만능주의의 신화가 함께 만들어낸 허구적 상호주의의 파멸적 현실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위험은 발생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재앙이 되기에 위험을 감내하며 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현재의 세계관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울리히 벡이 주장하는 위험사회는 풍요를 향한 인간의 무한욕망에 기초한 근대화가 초래한 결과이며, 지금 바로 잡지 못하면 모두의 파멸만이 최종 목적지가 될 것이라는 불행한 예언이다.
인류의 파멸에 이르러야 멈출 위험사회의 논리와 구조를 해체하고, 지구생태계 모두의 안전과 공존을 추구하며 보장하는 미래지향적 사회로의 전환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필사적 선택이다. 근대화의 지향점과 과정을 살펴 모순과 문제를 적시하고 까발려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인류와 지구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과학기술의 생산과 활용의 모든 과정에 의식있는 대중이 참여하여, 집단지성의 건전한 상식과 윤리관이 비판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위기사회를 극복하는 유일한 해답이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신천식의 이슈토론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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