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코로나 이후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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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코로나 이후의 사회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 원장

  • 승인 2020-04-12 11:31
  • 신문게재 2020-04-13 18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박재묵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 원장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 유행병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생애 처음으로 실감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4월 12일 현재 215개국의 약 180만 명을 감염시켰고, 10만여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진단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앓거나 죽은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에 실제 감염자와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는 원래 스스로 증식할 수 없기 때문에 숙주에 기생하면서 숙주 세포의 분열에 편승하여 증식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스스로 증식하지는 못하지만, 증식에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특징을 갖고 있다. 그것은 자신이 침투한 숙주 세포집합체인 인간에게 심각한 증세를 발현시키지 않는 시기, 즉 잠복기에도 다른 숙주로 옮겨가는 특성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인간은 자신이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통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도와주게 된다. 의인화해서 표현한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자기 증식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이처럼 '영리'한 반면에 인간사회의 대응에는 허점이 많다. 새롭게 진화한 바이러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바이러스의 감염력을 과소평가하기도 했다. 치사율이 높지 않은 감기 또는 독감 바이러스쯤으로 알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은 나라도 있다. 또한 기존 의료체계는 팬데믹 상황에 대응하는 데 심각한 한계를 드러냈다, 팬데믹 같은 일종의 아웃라이어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갖추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최소한의 공공의료체계와 의료보장제도도 확립하지 못한 나라도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아직 진행 중이다. 중국은 코로나19가 처음 시작된 나라지만, 봉쇄정책 등 강력한 대응책으로 희생을 딛고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한때 급속한 확산을 겪었으나, 투명하고 체계적인 방역체계, 우수한 진단기술 및 시민사회의 자발적 협력을 바탕으로 큰 희생 없이 확진자를 줄여가고 있다. 바이러스를 얕잡아본 유럽과 미주의 여러 나라들은 아직도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 이들 나라의 국격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큰 충격 탓으로 벌써부터 그 사회적 영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대체로 논의의 방향은 두 갈래이다. 그 하나는 원상회복 담론이다.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 사태는 언젠가는 종식될 것이고, 종식되면 그로 인해 일시적으로 연기되거나 중단되거나 변형되었던 일들이 원래의 계획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에서의 사회적 교류는 물론 국제교류도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상실한 과거의 '일상'은 고향처럼 그리움의 대상이다.

또 하나의 방향은 코로나19로 인해 과거와는 완전히 단절된 새로운 사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예수의 탄생을 기준으로 기원전(BC)과 후(AD)를 나누듯이, 코로나사태 이전과 이후의 사회가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제 코로나 이후에는 새로운 표준이 등장하고 그 새로운 표준이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굳히는 '새로운 정상'(New Normal)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본다.

'새로운 정상' 사회의 도래는 다소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예상되는 변화들이 있다. 공공의료체계 및 의료보장체계의 개편, 생태계 보전 및 안전과 관련된 가치의 확산, IT기반 비대면 회의, 교육 및 상거래의 확대, BT산업의 발전, 재택근무의 보편화, 국가 발전 및 효율성 평가 지표의 개편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많은 것이 바뀌어도 대면적 상호작용의 가치는 손상되지 않을 것이다. 비대면 활동의 빈도와 폭이 넓어질수록 대면적 관계의 중요성과 가치는 오히려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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