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린아 변호사 |
민식이법은 스쿨존 안전시설 확충을 내용으로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 규정과 스쿨존 내에서 만 13세 미만 어린이를 상대로 교통사고를 내 상해를 입히거나 사망하게 한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개정 규정을 통칭하는 것이다.
논란이 되는 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규정이다.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시속 30km 이상으로 운전하거나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해 교통사고를 내 어린이를 사망하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고, 상해를 입히면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상 강간죄나 강도죄, 상해치사죄 등의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규정돼 있으며,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야기한 운전자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처벌(이른바 '윤창호법')도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인 점에 비추어 보면, '어린이 보행자의 안전 강화'라는 입법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민식이법의 법정형은 형벌 비례의 원칙(책임과 형벌 사이에 적정한 비례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부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보행자(어린이) 측의 과실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긴 교통사고 사망 사건에 대해 고의로 사람을 때려서 사망하게 하는 상해치사 사건이나 고의로 이루어진 음주운전 중 사망 사고를 일으킨 사건과 같은 정도로 처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민식이법 시행 이후에도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있지만, 차 대 사람 사이의 교통사고의 경우 운전자의 과실이 전혀 없는 경우가 0.02% 정도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보면 사실상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를 상대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 거의 100% 민식이법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현실과 맞지 않다.
법원은 교통사고 사건 판결에서 안전운전의무 위반 여부 즉, 과실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사고를 전혀 예견할 수 없었거나 회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상황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는데, 운전자에게 과실이 전혀 없다고 판단된 사례는 야간에 검은색 옷을 입고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을 친 경우나 야간에 불빛이 없는 자전거를 타고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을 친 경우 등 극히 드물다.
'스쿨존 내에서의 안전운전의무'에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위의 경우처럼 기존에 법원에서 인정받은 것과 같은 극단적인 사례가 아닌 이상 무죄 즉 전혀 과실이 없다고 판단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민식이법 개정을 촉발한 고 김민식 군의 사건을 보더라도, 당시 운전자는 규정속도 시속 30km보다 6.4km 느린 시속 23.6km로 주행 중이었고,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횡단보도를 넘어선 상태로 멈춰있는 다른 차량으로 인해 시야가 극히 제한된 상태에서 사고를 냈다.
그 누구도 자신이 그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 장담하지 못할만한 상황임이 명백하지만, 아마도 위 운전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스쿨존임을 감안하면 운전자의 과실이 전무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민식이법 시행으로 내 아이의 안전이 강화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매일 차량을 운행하는 운전자로서 내 아이의 등하교를 차량으로 지원하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사고를 낼까 두렵다.
스쿨존에서는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겠지만, 하물며 집 안에서도 도무지 행동반경을 예측할 수 없는 내 아이들과 사이에 수시로 몸을 부딪치고 나와 아이들의 과실이 결합해 아이들이 다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생기는 것을 감안하면 두렵지 않을 수가 없다.
무작정 처벌부터 강화하는 방식으로 입법 취지를 달성하고자 할 것이 아니라, 책임에 비례하는 처벌을 내리되 교통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설비를 갖추고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을 모색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최근 민식이법 개정에 대한 국민청원이 새로이 등록되었고, 참여 인원 33만 명을 넘어서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작년 말 청와대의 주도하에 국민의 여론에 공감해 신속하게 민식이법 개정 및 시행을 추진한 것처럼 이제는 다시 한번 국민의 다양한 의견과 여러 가지 가치를 고려해 현명한 답변을 주기를 희망한다.
최린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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