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순 2학년에 올라간 아이의 새로운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도 학교에 하루도 가지 못한 상황에서 성함만 아는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와 순간 당황했다. 선생님 역시 아직 이름밖에 모르는 아이의 학부모와 전화 상담을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으리라. 그것도 스무명이 넘는 학부모들과 말이다.
'개학을 언제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어려운 상황 속 건강히 잘 지내시라. 인터넷 학습 콘텐츠 등을 적극 활용해 달라'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통화를 마쳤다. 그래도 아이의 담임 선생님과 통화를 하고나니 조금은 위안이 됐다. 1학년도 아니고 2학년도 아닌, 잠시 혼란스러웠던 아이의 소속감도 다시 찾은 것 같았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도 벌써 한 달은 지났을 시간이지만 아이들은 아직도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벌어진 초유의 상황이다. 학교가 문을 닫다니, 정말 단 한 번도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다. 학교뿐만 아니라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 등 모든 교육 기관이 운영을 중단했다.
2월말부터 벌써 세 번의 개학 연기가 있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 160개 국가의 학교가 문을 닫았으며, 90%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3차 개학 예정일이었던 4월 6일을 앞두고 담임선생님께서 또다시 전화를 하셨다. 그래도 한번 목소리를 들었던 터라 어색하지 않고 반가웠다. 맞벌이인 관계로 돌봄교실에 나가고 있는 우리 아이의 얼굴도 보셨다고 했다. 온라인개학에 대해 물었더니 아직 결정된 게 없어 교사들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얘기하셨다.
결국 4월 6일 개학은 무산되고 교육부는 9일부터 순차적 '온라인 개학'이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아이에게 "학교에 가려면 좀 더 기다려야 겠네"라고 말하며 괜히 안쓰러워졌다.
학교 측에 온라인 개학시 긴급 돌봄교실 운영에 관해 문의했더니 교사들도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하셨다. 본인들도 방침을 기사를 통해 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학교와 선생님들도 참 힘들고 혼란스럽겠구나 싶었다.
많은 우려가 있고 혼란이 불보듯 하다. 나 역시 '온라인 개학'이라는 대책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더 좋은 대책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나마 컴퓨터 사용이 미숙한 저학년 아이들은 텔레비전을 활용해 EBS로 교육을 한다고 하니 조금은 안도가 된다.
1학기 안에 아이가 담임 선생님과 같은 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 예전처럼 가방을 메고 친구들과 웃으며 학교에 갈 수 있을까? 예전엔 평범했던 일상들이 너무나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봄이다.
서혜영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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