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이 와중에 미래통합당은 총괄선대위원장으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영입했다. 김 전 대표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19대 총선을 진두지휘해 승리했다. 20대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을 제1당으로 올려놨다. 두 차례나 총선의 지휘봉을 잡고 승리를 이끌었던 김 위원장은 선거의 승부사로 각인된 인물이다.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20대 총선에서 공천에서 탈락시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맞서고 있다. 정치는 생물이라더니, 참 기구한 대결이다.
여야를 넘나들며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김 위원장의 지대한 기여와 성공 즉, 이번에도 이전처럼 김종인 효과(effect)가 실현될까. 김 위원장이 전국을 다니면서 내쏟는 발언이 촌철살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권과 유권자에겐 총선용 흥미로운 호재이자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무튼, 황교안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면서 선대위 활동의 위축이 우려되던 참에, 김 위원장을 영입한 미래통합당은 한숨 돌린 셈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에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책을 발간해 자신의 정치 경험과 정책수행의 뒷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독일유학 출신의 경제학자이자, 담대한 정치인으로 추진력이 강한 합리적인 정책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내세우는 합리적 판단과 현실적 대안제시 능력은, 독일유학 때 습득된 사념과 학문 그리고 현실정치 경험과 경륜에서 나오는 것 같다.
'내각제 도입과 경제민주화'는 그가 내세우는 소신이자 철학이다. 큰 틀에서 나라의 앞날을 내다보는 혜안이 배어있다고 평가한다. 안타깝게도 권력을 잡거나 총선에서 승리한 자들은 그의 헌신을 과소평가하고, 심지어 경제민주화 등 그가 다듬은 공약조차 백안시했다. 이런 몰염치한 현상은 그를 이용만 했던 자들의 오만과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 서독과 ‘통일독일’은 여전히 사회적 경제(Soziale Wirtschaft) 체제로 국정을 이끌어가고 있다. 경제 민주화는 독일의 사회적 경제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21대 국회는 그 의미와 가치를 더 연구하고 고심해주길 기대한다. 시장에 대한 국가권력 개입이 법으로 보장되는 사회적 경제체제는 독일 경제발전의 주춧돌이다. 자본주의의 흠결을 보완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경제정책이다. 서독은 정부 출범 초에 이 정책을 놓고 오랜 기간에 걸쳐 토론을 거듭했고, 급기야 유럽에서도 보기 드문 사회적 경제체제를 구축했다. 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시장만능주의도 결함이 있다. 우리의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본과 시장 및 노동의 틈바구니에서 국가권력이 춤을 추는 행태는 이제 내려놔야 한다. ‘통일한국’을 고려한다면 더욱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현실을 보는 시각과 정치적 변별력과 판단이 탁월하고, 어법도 간결하지만 메시지 전달력이 강한 카리스마가 감지된다. 비례대표의원으로 5선을 지낸 유례없는 인물이다. 작금의 여야는 공히 위기에 몰리면 김종인을 찾았고, 한숨 돌리면 슬그머니 그를 내몰았다. 그럴 때마다 자신이 혼신을 다해 일으켜 세운 당을 미련없이 떠났다. 김 위원장은 비정한 정치 현실을 모를 리가 없는 깨어있는 자유인이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늘 나라와 민초, 그리고 후세를 위한 방향타가 자리하고 있다. 소탐대실하는 자들은 그의 결단력과 웅지를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여야 모두가 그에게 신세를 진 장본인이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세운 미래통합당은 김 위원장의 재등장으로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이후에 닥쳐올 경제 바이러스가 더 걱정이다. 김종인의 재등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벌써 궁금하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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