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2년째다. 새일서적의 이분희, 고석천 사장은 매일 아침 총판에서 신간과 학습교재를 구매한다. 하루에 20명 안팎의 손님을 받지만 서점을 쉬이 닫을 수 없다. 새일서적은 1990년 이사왔던 모습 그대로 정겨운 옛 서점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사진=이해미 기자 |
업력 32년, 신탄진과 대덕구에서, 아니 이제는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향토서점인 '새일서적(사장 이분희·고석천)'. 1988년 신탄진 굴다리 인근에서 문을 연 후 1990년 현재 자리로 이사를 오면서 줄곧 지역 서점으로서의 역할을 지켜왔다. 오는 30일 개점 32주년을 맞는다.
이분희 새일서적 사장은 "남편에게 한 달에 샘터 1권을 사달라는 것이 결혼 조건이었다"며 "남편이 월급을 타오면 네 가족이 서점에 가는 게 참 행복했다. 젊은 시절 작은 책방을 하고 싶은 꿈을 꿨었는데 내가 서점을 이렇게 오래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새일서적은 대덕구 신탄진동과 석봉동, 덕암동, 목상동, 평촌동, 청주 현도면과 청원군, 미호동, 심지어 세종시 전의면과 조치원 지역의 손님도 온다. 신탄진역을 중심으로 이 지역에서는 이제 유일한 서점이기 때문이다.
새일서적에는 아침마다 방문하는 고정손님이 있다. 박카스 2병을 들고 와 사장 내외에게 무심한 듯 건네는 사람은 바로 임대주다. 이 인연도 이젠 32년인데 임대주는 서점을 그만두지 말라는 간절한 호소, 오늘도 잘 견뎌보자는 위로와 응원을 박카스에 담아 전하고 있었다.
고석천 새일서적 사장은 "3년 전 너무 힘들어 서점을 그만두려고 했다. 그때부터 임대주가 매일 아침 찾아온다. 건물주뿐이겠는가, 지역 단체장이나 관계자들을 만나면 신탄진에 서점 하나 없어서 되겠느냐고 얘기한다. 그동안은 생업이었지만 지금은 지역의 유일한 서점이라는 의무감도 아침마다 서점 문을 열게 하는 힘"이라고 했다.
업력 32년의 베테랑 서점 주인 내외지만 요즘만큼 힘든 시절은 없다. 총판에서 구입하는 책은 모두 현금으로 사야 한다. 책이 팔려야 선구매한 책값을 유지할 수 있는데 도무지 책이 팔리지 않는다. 인터뷰를 하는 2시간 동안 서점을 방문한 사람은 책 대신 스티커를 사간 첫 손님, 박카스를 두고 간 임대주가 전부였다.
고석천 사장은 "대덕구나 지자체에서 공공도서관 납품을 지역서점에 배분해 맡겨주고, ‘책을 펴자’ 캠페인으로 도와주고 있지만, 손님이 손에 꼽히는 서점의 현실은 처참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서점과 대형서점이 등장하면서 향토서점은 버틸 수 없게 됐다. 학교나 기타 공공기관에서 교과서나 기타 책을 일괄 구매할 때 입찰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사업자만 서점으로 등록된 기타 업종이 이마저도 잠식해 향토서점은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역서점을 위한 가산점 제도, 도서 보유 50% 이상 서점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그럼에도 가장 고마운 존재는 단골손님이다.
몇몇 단골손님은 수고스럽지만, 책 리스트를 적어와 직접 책을 주문하며, "오래 해달라고" 고마움을 표한다. 또 수십 년 만에 찾아온 옛 손님들은 "새일서적이 아직도 있네요"라며 짙은 향수를 느끼고 돌아간다.
이분희 사장은 "우리는 평생 고전이나 건강한 책을 판매하려고 했어요.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는 자신을 위로하는 책들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고석천 사장은 "지역 향토서점의 위기는 비단 우리가 아닌 전국적인 문제다. 지역 소상공인을 살리는 건 결국 지역민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대덕구의 책을 펴자는 지역민의 문화 수준을 높여줄 소중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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