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을지대학교의료원장 |
학생들은 등교하지 못하고, 각자 집에서 비대면으로 원격 강의를 들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원래 원격 강의는 어쩔 수 없이 채택하는 차선책이 아니다. 교육의 장소가 교실과 사이버 공간을 넘어 일상생활의 현실 공간으로 확대되는 선진화 개념이다. 유비쿼터스 학습, 유 러닝이라고 하는 원격 강의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기반으로 학생들이 시간, 장소, 환경 등에 구애받지 않고 일상생활 속에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학습을 할 수 있는 교육형태다.
십수 년 전부터 정부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하는데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적인 것이 화상회의, 재택근무, 전자결재, 유헬스, 원격진료, 원격수술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진보를 따라갈 적합한 인식의 전환과 행태 변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사회적인 합의 부재, 이익 집단 간의 갈등 등으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4차산업을 창조한다고 하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소통과 교육의 수단인 원격 강의의 도입을 망설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어른들의 사고가 변하지 않아 교육이 옛날 방법을 답습하고 있었다. 역설적으로 이번 코로나19 감염병 사태가 교육 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컴퓨터는 어른들에게는 기계문명이지만, 학생들에게는 생활의 일부이고, 인터넷 연결이 삶 그 자체다.
필자의 대학에서는 3월부터 화상 강의를 시행하고 있다. 화상 강의 방식에는 첫째, 실시간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원격 수업, 둘째, 실시간 소통이 불가능한 일방적 동영상 강의, 그리고 두 가지를 적절히 혼합해 진행하는 것이 있다. 처음에는 교수들이 모여서 논의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학습 효율 저하에 대한 우려 등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교수와 학생 모두 빠르게 적응하기 시작했다. 원격 강의 중 각자의 얼굴이 모니터링되기 때문에 수업에 대한 집중도가 오히려 향상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다. 교수와 학생 간, 학교와 가정 간의 새로운 소통의 수단이 구축된 것이다.
새로운 교육의 형태를 개발하면 우리는 또 다른 교육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는 반드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지나친 걱정으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바로 코로나 블루 증상 중 하나다.
코로나 19에 대한 두려움은 소통, 만남, 사회 활동, 생산 활동, 직장 생활, 소비, 의료, 교육, 종교 활동 등 모든 생활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그저 이 사태가 지나가기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번 사태를 발전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의료 분야에서는 통신망, 개인용 모니터링 기기, 디지털 의료 장비, 전자의무기록, 원격처방 등을 이용한 원격의료 서비스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고,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완전히 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그에 따른 경제적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감염병 이후에 다가올 사회를 위한 뉴노멀 즉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은 그 어떤 재앙에서도 살아남았고 번영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위기에서 기회로 삼아 더 좋아진 새로운 삶의 기준과 문화를 정립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진단기술과 외국에서도 놀라는 자동차를 타고 검사받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를 고안해 냈다.
그리고 진단 방법이 나왔듯이 백신과 치료제도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 모두 희망을 품고 서로 힘을 합쳐서 마주하는 난관들을 하나씩 헤쳐나갈 때 우리에게는 또 다른 위대한 발전이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이승훈 을지대학교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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