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몇 년 뒤엔 후회할 그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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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몇 년 뒤엔 후회할 그대들에게

행정산업부 신가람 기자

  • 승인 2020-04-02 15:44
  • 신문게재 2020-04-03 22면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신가람 증명사진
행정산업부 신가람 기자
나이가 달걀 한 판을 넘어가자 지인들과 술을 마시더라도 시끄러운 번화가를 피하고 아늑하거나 조용한 술집을 찾는다.

의도와는 다르게 번화가를 지나가다가 젊은 청춘들의 자유분방한 모습들을 보면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하며 회상하기도 한다.

회상하다 보면 지금 청춘들의 모습과 필자의 과거 모습을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는데 크게 다른 건 없었다.

다음날 후회할 걸 뻔히 알면서도 친구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어떤 이는 이성을 갈구하고 어떤 이는 유흥을 쫓아가겠지.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정부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했는데, 취재라는 명분으로 오랜만에 젊은 세대들 곁으로 돌아갔다.

지난 몇 주간 둔산동의 번화가는 한산했지만, 길에서 흩날리는 벚꽃들은 젊은 청춘들을 유인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예상대로 지난 금요일 밤 둔산동의 번화가는 화려했다.

알록달록한 술집의 간판들도 화려했지만, 무엇보다 젊은 세대들의 화려한 의상과 향수 냄새 그리고 담배 연기만으로도 필자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수년만이라는 추억에 젖기도 전에 문득 이게 맞는 건지 기자의 본분으로 돌아왔다.

혈기왕성한 젊음은 이해한다지만, 지금 이 시국에 새벽 한 시가 넘어가는 시간에도 수백여명의 청춘들이 길에 있는 걸 보니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동시대의 청춘인 척,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길을 걷다 보니 한 곳에 수십 명의 사람이 줄을 서고 있었다. 다름 아닌 클럽이었다. 나름대로 대전 내에서 유명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문득 저 안의 상황이 궁금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자연스럽게 줄을 섰다. 연락을 기다리는 것처럼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신분증을 들고 얌전하게 기다렸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클럽 한 번 못 가본 숙맥의 모습이었겠지.

험난한 경호망을 뚫고 들어간 클럽 내부의 모습은 가까이서 보기에는 아름다운 파티의 모습이었지만, 멀리서 보니 참으로 비극적인 모습이었다.

청춘들의 몸놀림과 호흡이 이름조차 모르는 수십 명의 주변 사람들과 허우적대고 있었고, 그 와중에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들은 참으로 역설적인 상황이었다.

건물 내의 꼭대기 난간에서 1층 스테이지를 바라보며 '저 인파 한가운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있을 경우' 하마터면 끔찍한 상상을 할 뻔했다.

청춘들의 하루하루가 아름다운 시기겠지만,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갖춘 청춘들의 일상이라면 더 눈부시게 아름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정부의 강력한 권고도 통하지 않는 그대들이지만, 30대 아저씨의 뻔한 넋두리는 그대들에게 닿기를.

신가람 행정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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