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인간사회의 다양한 문명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라는 의문에 총기, 병균, 금속 세 가지를 답으로 꼽은 바 있다. 그중에서도 병균은 총기를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가진 무기로 활약을 했더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에 나타난 지 5개월째다. 첫 확진 이후로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다. 어쩌면 '변해야만 한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정부는 사상 초유로 국민 대다수를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초·중·고교의 4월 개학도 처음이다. 긴급돌봄, 온라인 수업 등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도 가동됐다. 한국 천주교 모든 교구는 236년만에 미사를 전면 중단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눈에 밟힐듯 흔했던 마스크는 귀중품이 돼버렸고 약국에선 전례 없는 5부제까지 시행하게 만들었다.
비말을 매개로 이동하는 균은 지금도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숙주를 찾고 있다. 이에 전 세계는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코로나 박멸에 진땀이다. 외교부는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최다 사망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세계 최초로 전국 단위 봉쇄령을 내렸으며 오는 7월 일본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올림픽은 124년 역사상 처음으로 '연기' 결정됐다.
이런 무자비한 세균에 맞서고 있는 지금. 다행히도 새 시대를 향한 빛은 있다. '위기를 기회로'. 떠오르는 키워드는 '언택트'다. 초연결 사회 속 자원마저 풍요로운 이 세상에선 딱히 안될게 없다. 그게 증명됐다. 진료를 받든 예배를 드리든 책을 빌리든…. 차를 탄 채로도 모든 게 가능했고 회사나 기관은 재택근무로도 돌아갔다. 온라인 쇼핑을 넘어 학습·전시·공연 등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생활의 전반을 대체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톱니바귀처럼 돌아가야만 하는 사회에 대해서도 곱씹어볼 기회다. 일례로 '배움 공백'이 생겨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과연 당사자인 학생은 아닐 거다. 마땅히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기능적 책임을 가진 부모와 관련 기관이다. 하지만 우리가 염려해야 할 것은 자원 부족도 아니고 한시적인 교류나 일상의 단절도 아니다. 생명과 삶을 뛰어넘는 가치는 없다. 혹시 모를 감염 위험을 무릅쓰면서 '정상 가동' 해야만 하는 현실이 조금은 안타깝다. 절체절명의 시기에서 '올스톱' 해도 무너지지 않을 탄탄한 기반의 나라를 꿈꾼다면 욕심일까. 물론 '경제활동 유지·감염 확산 최소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한국을 응원한다.
그럼에도 코로나를 물리친 훗날, 국민의 역할보다는 안위를 위한 사회적 보장이 촘촘하게 마련되어있길 바란다.
Why not? 안될 건 없지 않은가!
편집2국 김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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