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기형도
감당하기 벅찬 나날들은 이미 다 지나갔다
그 긴 겨울을 견뎌낸 나뭇가지들은
봄빛이 닿는 곳마다 기다렸다는 듯 목을 분지르며 떨어진다
그럴 때마다 내 나이와는 거리가 먼 슬픔들을 나는 느낀다
그리고 그 슬픔들은 내 몫이 아니어서 고통스럽다
그러나 부러지지 않고 죽어 있는 날렵한 가지들은 추악하다
때가 있는 법이다. 가야 할 길을 알고 떠나는 자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파리도 없이 껍질이 벗겨지고 앙상한 뼈대만 남은 고목은 존경해야 한다. 7월의 쨍쨍한 햇볕 아래서 발가락이 부르트고 갈증으로 목이 타 단내를 토해내는 여행자 옆에 나무가 있었다. 짐승의 뼈처럼 새하얗게 삭은 오래된 주목이 나를 바라본다. 인간은 왜 사라지지 않는가. 왜 소멸하지 않는가. 노추다. 영광스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자존심도 버렸다. 정치의 세계는 추악하다. 영락한 늙은이. 안쓰럽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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