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온통 변해버린 일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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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온통 변해버린 일상에서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 승인 2020-03-31 16:11
  • 신문게재 2020-04-01 23면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임숙빈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새 학기가 됐건만 입학식도 못하고 개강도 미루고 미룬 채 한 달이 지났다. 대학은 더는 개강을 연기할 수만은 없어서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온라인 강의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모든 교과목에,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모르는 채, 더욱이 모든 교수가 해야 한다는 사실이 적잖이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재난 상황인 이때 그나마 안정세를 이룬 국내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칫 상황이 다시 악화할까 봐 곳곳에서 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의 고생과 헌신을 생각한다면 이쯤은 기꺼이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수업의 핵심은 상호작용이기에 필자는 동영상보다는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컴퓨터에 앱을 설치하고 몇 번의 연습을 하고 젊은 교수들의 원포인트 코칭도 받다 보니 그런대로 운영할 만하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피드백도 예상보다 매끄럽게 진행됐다고 하니 나 혼자만의 짐작이 아니라 다행이다.

이미 짜인 시간표에 맞춰 학생들이 접속할 수 있도록 미리 초대하는 주소를 보내고, 학생들이 들어오면 출석 확인을 하고, 미리 준비해 둔 수업 자료 화면을 공유해가며 설명도 하고 질문도 받는다.

대면 수업과 같은 구조로 진행하는 것이다. 물론 출석을 확인하는 화면도 캡처해야 하고, 강의하는 소리나 영상을 기록하도록 잊지 말아야 하며, 중간중간 음성이나 채팅으로 질문도 주고받는 등 신경 쓸 게 한둘이 아니지만 대면 수업에서도 그 절차는 모두 하던 것이므로 그저 새로운 형태이어서 익숙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적응해야 하겠다.

두어 차례 해보면서 좀 여유가 생겼는지 오늘은 기계를 통한 만남의 건조함을 조금이라도 감소시킬 요량으로 학생들이 접속해 들어오는 동안 음악을 틀어줄 수 있었다.

그리고 학생들을 지켜보노라니 화면과 음향을 연결한 후 바로 화면을 끄는 경우도 있지만 들려오는 노래를 감상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학생도 있었다. 그 순수한 표정에 필자의 마음도 따라서 느긋해짐을 느꼈다. 게다가 수업을 마치며 학생들이 고개를 숙이거나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모습은 사뭇 어린아이들 마냥 천진하기까지 하다. 웃었다,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졸지에 우리 안에 있는 아동 자아상태가 표출되는 순간인 듯 기대 이상의 즐거움이었기에.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것은 역시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수업 형태이므로 학생들이 지켜야 할 구체적 행동을 알려주고, 화면과 소리를 켜고 끄는 약속을 하고, 다음에 진행할 교수의 행동을 말해주고, 불편함이 없는지 묻고, 잘 한 것을 인정해주는 그런 상호 교류, 의사소통이 충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래전에 배웠던 것인데 불확실성의 감소 전략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이 다시 떠올랐다. 새로운 것은 신선함도 주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 불안이 야기된다. 그러므로 가능한 이 불확실성을 낮추는 것이 필수적인 전략이다.

요즈음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을 칭찬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폄하됐던 '빨리빨리' 속성이 진가를 발휘하면서 발 빠르게 대처하고, 그런 중에도 또 진화하기를 멈추지 않기에 말이다.

머리도 좋고, 멘탈도 강하고, 위기도 많이 겪어본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투명성을 내세우며 국민에게 모두 알리는 소통이 주효했다고 본다.

벌어지는 대로 상황을 알리며 주의를 청하고 협조를 구하는데 마다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완치됐다가 다시 양성 판정을 받는 경우가 생기는 등 아직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정체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장기전으로 갈지도 모른다니 두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견디고 이겨내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으니 우리 모두 더욱더 마음을 다잡아야 하겠다.

엄청 변해버린 우리의 일상, 그래도 잠깐씩 웃으려면 어찌해야 할까?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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