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신디 로퍼의 'Girls Just Wanna Have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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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신디 로퍼의 'Girls Just Wanna Have Fun'

  • 승인 2020-03-30 09:43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신디
우울한 나날이다. 끝도 없는 바이러스와의 싸움. 계절의 변화는 순조로운데 인간 세상은 높은 성에 갇혀 버렸다. 그 성을 나서는 순간 역병과의 싸움에서 지고 마는 것이다.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고 기침도 함부로 해선 안된다. 언제까지일까. 회사 사무실도 적막강산이다. 숨통이 트일 만한 거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연히 신디 로퍼의 'Girls Just Wanna Have Fun'을 들었다. 감개무량하다. 언젯적 노래인가. 1983년 발표된 곡이다. 1983년이면 내가 고등학교 2학년. 지금도 그때의 장면이 선명하다. 학교에서 돌아와 저녁을 먹으면 라디오에 귀를 댄다. 공부? 그때 나에겐 공부는 안중에도 없었다. 오로지 팝송, 팝송. 난 팝송과 영화를 공부했다. 팝송과 팝 가수에 대해 하나라도 익히려고 애썼다. 그래야 학교 가서 친구들과 팝송 얘기하면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팝송 매니아들이 으레 한 반에 몇 명씩 있던 시절이었다.

대학생 언니가 잠들면 난 구식 라디오 볼륨을 최대한 줄이고 늦은 밤까지 팝송을 들었다. 당시 신디 로퍼와 마돈나는 라이벌 구도였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개성 강한 이미지와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마돈나는 섹시함에서 단연 선두였다. 신디 로퍼는 발랄하고 귀여운 외모에 펑키한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신디 로퍼의 노래는 신났다. 울긋불긋한 머리와 부푼 스커트를 팔랑이며 무대를 휩쓰는 악동 소녀. 그치만 신디 로퍼가 데뷔했을 땐 벌써 나이 서른살이었다. 나이가 뭔 상관이람. 아, 신디 로퍼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이젠 나이도 꽤 들었을텐데. 나의 불안한 사춘기를 지배했던 아름다운 싱어들은 어디 갔을까. 그립다. 'Girls Just Wanna Have Fun'. 지금 들어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노래.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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