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도 미술비평가 |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시민들이 코로나바이러스로 고통을 받고 있다. COVID19은 기존의 바이러스와 다른 종류로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다. 현재까지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를 밝혀내는 진단만 가능할 뿐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대면하는 원인불명의 사태들에 대해서는 경험을 근거로 새로운 관점들을 찾아내 분석하여 해결해야만 한다. 사건의 발생경로와 원인을 찾아내면 해결 방법의 발견 확률은 훨씬 높아진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들을 통해 좀 더 효율적이고 포괄적인 차세대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진다.
예전과 달리 전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각 나라의 문제들에 관한 정보에도 쉽고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는 기존의 언론이나 방송보다는 전세계의 개인들이 유튜브를 통해 전달하는 정보들을 시청하거나 아니면 구글을 이용해 다른 나라들에 관한 정보를 직접 찾아서 접하기 시작했고, 기존의 언론이나 TV가 전달하는 정보가 내포하고 있는 '프레임 구축' 전략, 말하자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정보를 조작하거나 왜곡하는 것에 대해 자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현실의 대한민국에서 오류 없는, 즉 가짜뉴스나 왜곡된 정보가 아닌 사실에 근거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제가 중요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시스템이라는 두 축을 가지고 운용된다. 국가공동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고, 기존 시스템은 오류를 해소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스템은 쉽게 변하지 않을뿐더러 오류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의 말처럼 우리에게 반복은 일반성이 아니다. 반복은 동일한 순환을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내포하고 있는 점진적인 진행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2020년 전후로 한국은 예전보다 좀 더 새로운 변화들을 겪고 있다. 촛불혁명이라는 기존의 정치체제에 대한 시민적인 저항과 참여의 경험이 개인들의 정치적 사유의 범주를 확장시켜주었고, 한국 문화의 국제화 과정을 목격하면서 문화적 힘의 파급력을 경험하고 있고, COVID19라는 전지구적인 유행병을 겪으면서 국가시스템의 효율성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게다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에 진입했고 일본을 추월해 가고 있다.
모든 것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변화는 인간의 탄생과 소멸만큼이나 필연적이다. 우리는 과거에 겪었던 역사적 고통을 통해, 기술적인 발전을 통해, 시스템 오류에 대한 자각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비전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국가라는 공동체 문화는 역동성을 획득한다.
오류를 수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과거에 대한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과거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현재와 미래에 영항을 주는 심리적인 방향키이기 때문이다. 문화도 마찬가지 이다. 예술이 현실의 권력만을 향유하는 집단에 의해 사유화 되어 과거를 변화시킬 수 없는 시스템 오류에 함몰되거나 진부한 개념만을 끊임없이 재현하는 단순한 해체의 순환에 빠지게 된다면 변화라는 생명의 본질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삶의 생명성은 이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진실성에서 비롯될 뿐이다.
정용도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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