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의 주자도 모르던 애 엄마가 주식에 발을 담궜다. 부동산이고, 주식이고 애 업은 아줌마가 나타나면 끝물의 징조라니, 고수들도 적잖이 불안할게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증시는 바닥을 쳤고, 너도나도 지금 사야한다고 외치니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에 계좌를 개설했다. 첫 투자에 안전하다는 '국민주' **전자를 조금씩 분할해 사들였다. 큰 돈은 아니지만 나에겐 용기가 필요한 첫 주식 투자였다. 그러나 역시, 내가 투자해서일까. 코스피는 바닥을 모르는 듯 더욱 고꾸라졌고, **전자 주가는 미래가 걱정될 정도로 더, 더 떨어졌다. 마침내 '서킷브레이커: 주가가 급등 또는 급락하는 경우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까지 발동됐다. '투자의 귀재' 워렌버핏도 89년만에 처음 겪는 현상이라고 했다니 말 다했다. 일각에선 '한강 5부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섬뜩한 말도 나온다.
역시나 내 잔고는 파랗게 질려 손실을 봤다. 주위에선 마이너스에 연연하지 말고 길게 내다보고 담대히 기다리기만 하면 된단다. 공평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어떤 이는 크게 돈 벌 기회를 엿볼 것이고, 손실액이 큰 어떤 이는 지옥을 경험할 것이다.
지금처럼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시기에 금융시장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결과가 좋던 나쁘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기다림 뿐이라면, 오히려 조금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다. 주식창에 파란 비가 내리던 날 나는 결심했다. "그냥 묻어두자."
# 보내고 싶다, 학교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첫째가 집에서만 뒹군지 한달이 훌쩍 넘었다. 미용실도 못가 정리 안되는 머리는 늑대소년이 따로 없고, 늘어가는 뱃살 덕분에 점점 살이 '확 찐자'가 되어간다. 그렇다고 초등학교 긴급돌봄 교실에 입학도 안한 아이를 보내자니 영 마음이 안 놓인다. 3월 입학을 앞뒀던 예비 초등생들이 학교가 운영하는 긴급돌봄의 사각지대로 남았다.
엄마에게나 아이에게나 초등학교 입학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매도 빨리 맞는게 났다는데….' 일하는 엄마들은 재차 연기되는 아이의 입학에 보육공백을 메워줄 수단을 찾느라 학부모가 되기도 전에 진이 빠진다. 아이가 집에 있는 날이 길어질수록 "적응을 할 수 있을까?" 더욱 염려하며 긴장의 끊을 놓지 못한다. 코로나만 끝나면 지켜야 할 아이들과의 약속도 쌓여만 간다.
학부모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코로나 종식을 기다리고 있다. 생업을 제외한 모든 사회활동을 멈추고 이동 동선을 최소화 하는 노력은 기약 없이 계속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기다림은 매순간 우리와 함께한다. 기쁨이 되기도, 슬픔이 되기도 하는 기다림은 그 어느 누구도 거부하거나 피해갈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시간을 보다 의미있게 보내야 하지 않을까. 너무 지치지 말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와의 전쟁을, 그리고 입학을 기다려본다.
이은지 편집2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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