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1강 미생지신(尾生之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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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1강 미생지신(尾生之信)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03-24 10:39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1강 미생지신(尾生之信) : 미생이란 사람의 믿음

'미생지신'의 글자는 尾(꼬리 미), 生(날 생), 之( ~의), 信(믿을 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생은 사람 이름이다.

사마천(司馬遷) 사기열전(史記列傳)의 소진전(史記 蘇秦傳)에 기록되어 있고. 이는 한번 약속하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약속을 굳게 지키는 의리(義理)있는 행동을 비유한다.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는 고지식하여 융통성이 전혀 없음을 비유하기도 한다.

춘추시대(春秋時代) 노(魯)나라에 미생(尾生)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성품이 우직하여 한번 약 속을 하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키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루는 어느 여인과 다리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여인이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도 오지 않았고, 그날따라 폭우가 내려서 그가 서 있는 다리 아래는 강물이 넘쳐 위험하게 되었다. 다리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위험하니 어서 피하라고 외쳤지만 미생(尾生)은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신념 하나로 다리 아래에서 교각에 의지하고는 꼼짝을 않고 있었다.

마침내 불어난 강물 때문에 부실하게 만들어진 목조 다리는 휩쓸려 떠내려갔고, 교각을 붙들고 있던 미생(尾生)도 무너진 교각과 함께 떠내려가 익사하고 말았다.

옛 성현(聖賢) 중에서 누구보다도 신의(信義)를 강조했던 이로 공자(孔子)를 들 수 있다.

제자 자공(子貢)이 정치에 대해 물었다. "선생님! 정치를 하자면 무엇이 가장 중요합니까?"

공자가 말했다. "식량을 충분히 준비하고(足食:경제), 군대도 넉넉하게 갖추어야 할 것이며(足兵:국방), 백성들로 하여금 정치를 하는 사람을 믿도록(民信:민족단결) 해야 하느니라." 자공이 다시 묻기를 "그 중에서 부득이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가 대답하기를 "군대를 버려라." 자공이 다시 묻기를 "그 중에서 또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이 되겠습니까?" 공자 대답하길 "식량을 버려라. 예로부터 모든 사람에게 죽음이 있거니와 백성에게 신의(信義)를 잃으면 천지간(天地間)에 몸 둘 곳이 없어지느니라."라고하며 무신불입(無信不立)을 강조했다.

공자는 정치를 하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신의(信義)를 든 것이다. 그래서 역사상 신의(信義)는 군자가 지녀야 할 덕목으로 높이 받들어졌다. 먹는 것을 삶의 최고로 생각했던 옛 어른들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신의(信義)를 꼽았다는 것은 시사 하는바가 크다.

신해행증(信解行證)은 화엄경(華嚴經)에서 가르치는 말이다. 믿고 이해하며 실천하고 결국 증명하고 깨달으면 삶의 목적이 명확해지고 인생을 흔들림 없이 살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삶이 명확해지고 뚜렷해지며 바로갈 수 있게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성경(聖經)에도 약속을 지켜서 축복을 받아낸 믿음의 실례(實例)들이 많이 있다.

기생 라합은 이스라엘 정탐꾼을 숨겨두고 그 대가(代價)로 가족들의 안전을 약속받고, 죽을지도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도 그 약속을 지켰다. 다니엘은 하나님 앞에 뜻을 정하고, 사자 굴에 던져져 목숨이 위태로운 가운데서도 여호와 하나님의 능력을 믿고 승리했다.

인간의 재앙(災殃)은 항상 욕심이 도를 넘치는 것에서 생기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근한 사람과의 헤어짐은 서로를 믿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 위정자는 백성을 믿고, 백성은 위정자를 믿는데서 정치는 잘 이루어진다. 역사적으로도 위정자가 백성의 뜻을 버리고, 백성들이 위정자를 믿지 못했을 때 그 왕조는 멸망하였고, 그 반대로 위정자가 백성의 뜻을 살펴 그 뜻대로 정치를 했을 때 반드시 태평성대를 이루었음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이처럼 인간관계에는 신의(信義)가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미생처럼 환경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신의는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요즈음의 정치현실을 보면 '미생지신'이 주는 교훈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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