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기자 |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곳을 가면 자주 들리는 말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70~80대 노인들. 적게는 20년 많게는 50년까지 해당 지역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원주민들이다.
이들의 사정을 들어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정비사업으로 현재 거주하는 동네를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슷한 가격대의 집을 구하기가 어려워 발만 동동 구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이 되지도 못한다. 대부분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영세한 노인들이기 때문에 분담금을 감당하기도 어려워서다.
사업 추진을 반대해도 재개발·재건축을 막기 쉽지 않다. 조합설립 법적 요건인 주민동의율 75%가 달성되면 사업 추진을 막을 수 없다. 고작 5% 내외의 영세 원주민들의 의견으로 사업을 중단시키긴 역부족인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정들었던 동네를 떠난다.
하지만 영세 원주민들은 동네를 떠나고 싶지 않다. 대전시가 발표한 정비사업 구역 내 주민의식 조사 결과, 정비사업 완료 후 재거주 의사가 84%로 높게 나타난 반면, 실제 재정착률은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세 원주민들의 주거 안정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이처럼 대전지역에서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다 보니 사업장 곳곳에서 영세 원주민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개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개발이 진행되면서 재산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기존 저소득층 가구를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만든다. 도시정비사업의 어두운 그림자인 것이다.
이에 대전시는 원주민, 세입자, 임차인 재정착을 위해 맞춤형 소규모 아파트 건설·공급을 제도화하고, 용적률 인센티브제도 보완을 통한 소규모·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추가 분담금 마련이 어려운 영세 원주민도 분양권 확보가 가능하도록 위해 종전 자산의 권리가액과 동등한 수준의 맞춤형 소규모 아파트 공급이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검토·반영될 수 있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를 개정한다. 또 부족한 임대주택, 소형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2030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확대 개편한다.
그간 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영세 원주민들의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전시의 대책은 제법 기대가 된다. 지역 곳곳에서 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만큼, 그에 맞는 영세 원주민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제도 정착을 위해 시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확실한 제도화와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영세 원주민들의 안정적인 거주 환경을 마련했으면 한다.
이번 대책으로 떼려야 뗄 수 없었던 도시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모두 해결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김성현 기자 larcz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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