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규 대전시티즌 대표청산인 |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시티즌 청산작업이 마무리되면 시민구단 시티즌은 팬들의 머릿속에서 아련한 추억과 기억으로 남게 된다.
이같은 일을 직접 하는 사람이 있다. 지난해 4월 대전시티즌 대표이사로 취임했던 최용규 대전시티즌 대표청산인(전 대전시티즌 사장)이다.
그는 시티즌 '선장'으로 있을 때 구단 조직과 인사 등에서 대대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기업구단 전환으로 반 년 만에 '꿈'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팬들과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인사를 하지 못한 채 떠났다는 그를 만나 청산작업과 일정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프로축구 대전시티즌이 기업구단으로 전환된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여전히 대전시티즌 대표청산인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하지만 청산인으로서 작은 실수나 부주의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주주들의 이목이 쏠려 있어 시티즌 대표를 할 때보다 신경이 더 쓰인다.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시민구단이었던 대전시티즌 청산 작업이 한창이다. 현재 어느 단계까지 와 있나.
▲지난해 말 대전시티즌 해산 승인으로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법적 절차를 준수하면서 남은 재산을 주주들에게 분배하는 일이 이번 청산 작업의 핵심이다. 지난달부터 채권 신고를 받고 있다. 4월 중순까지 두 달 넘게 진행된다. 사실 시티즌의 이렇다 할 채무는 없다. 하지만 법적 절차이기 때문에 채권 신고 기간은 지켜야 한다. 특별한 빚이 없다는 것은 잔여재산을 주주들에게 분배해주는 일만 남았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일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3만여 명의 주주 중 하나금융축구단과의 영업양수도 계약에 반대하는 주주 상당수가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매수를 청구했다. 반대주식매수가액을 결정해야 하지만 원만한 타협에 이르지 못해 법원을 통해 매수가액을 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법원의 결정이 나오면 채권 신고 기간이 끝난 뒤 바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후 청산 비용을 제한 잔여재산은 남은 주주들에게 분배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다. 청산 작업의 가장 중요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면 된다.
최용규 대전시티즌 대표청산인. |
▲청산인으로서 최대한 신속하고 적법하게 청산 업무를 마무리 지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대전시티즌이 시민구단이며, 3만여 명의 주주로 이루어진 특수한 형태 기업이다 보니 의사 절차 진행 및 안내를 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다. 현재로써는 7월 이내에 청산 종결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관건은 반대주식매수가격을 결정하는 법원의 절차에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 가이다.
-청산 작업이 원만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유관기관 협력이 매우 중요할 텐데.
▲대전시와 협업을 하고 있다. 시도 청산 업무를 꾸준히 관찰하고 주시하는 상황이다.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 작성을 위해 대전시 조례 및 그동안 지원 내용·근거 등을 요청해 반영했다. 대전하나시티즌과 관계도 시가 중간에서 조율해주고 있어 청산 업무에 도움이 되고 있다.
최용규 대전시티즌 대표청산인 |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청산 작업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일이다. 영업양수도 계약이 전반전이라면 청산 작업은 후반전이다. 경기는 후반 종료 휘슬이 울릴때 끝나는 것이다. 계약도 마무리됐고, 대전하나시티즌도 출범했으니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과 같다. 복잡하고 첨예한 문제는 양수도계약 협상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청산 과정에서 나온다. 3만여 명의 주주의 이해관계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손해 보길 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회사가 주주들에게 주식 가격을 산출해 돌려주겠다는데. 그만큼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주주의 기대에 부응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주주의 눈으로 봤을 때 투명하고 바르게 일을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 개인의 거취 문제는 그다음이다. 사실 내 문제는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최용규 대전시티즌 대표청산인 |
▲CEO(최고경영자)를 짧게 했다고 해서 서운하거나 아쉬운 것은 별로 없다. 나는 어려서부터 축구를 한 사람도 아니고, 축구 행정을 오래 한 축구전문가도 아니다. 그러나 어떤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하고, 이를 성과로 연결하려고 힘써 왔던 건 사실이다. 내가 시티즌 대표로 오기 전 이 조직에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 봤다. 부패와 방만으로 시민의 눈 밖에 나 있는 그런 조직이었다. 시민에게는 애증의 대상이랄까 이런 느낌. 그래서 대외적으로 증명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신뢰 회복'이었다. 구단의 부패와 도덕성 결여에 화가 난 서포터즈가 응원을 보이콧 하고 있었다. 그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 내가 봤을 때 그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었다. 단지 구단이 그들의 정당한 요구와 물음에 귀를 막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들이 응원 재개 성명서를 냈을 때 묵직한 무언가가 치밀어 오름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과제는 몇몇 특정인에 의해 움직이는 구단을 시스템에 의해 작동하는 구단으로 전환하는 작업이었다. 선수 선발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선수단 운영위원회를 만들고, 도덕성 제고를 위해 윤리위원회를 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시티즌 대표이사 임기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기억에 남은 일이 있다면.
▲이런저런 사건들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은 사무국의 변화다. 지난해 4월 이사회를 마치고 사무국에 첫발을 들여놓은 순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분위기에 당황했다. 신임 대표의 첫 출근인데 인사는커녕 고개를 숙이고 곁눈질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 보통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부정적인 말들을 수 없이 들은 터라 사무국 분위기가 별로 일 것으로 생각은 했지만 사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런 분위기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결국은 이들과 같이 뒹굴며 호흡할 수밖에 없었다. 식사 자리도 가능하면 자주 가지려 했고, 폭탄주도 같이 마셨다. 그러면서 일을 주고, 처리하는 과정을 공유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반목과 대립, 질시 같은 자신들을 옭아맸던 부정적인 요소들을 그들 스스로 허물어가고 있었다. 사라졌던 대화가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고, 낯빛도 밝아졌다.
▲우선 팬들과 시민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시즌 중에 대표로 부임했지만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영입과정에서 팬과 시민께 걱정을 끼쳐드렸다. 두고두고 마음에 남을 것이다. 누굴 탓하겠나. 내가 부족하고 불민한 탓인걸. 하지만 그 선수가 자국에 돌아가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정식으로 인사를 드렸어야 마땅한데 이렇게 지면을 통해 인사 올리게 됐다. 꼴찌를 맴도는 성적인데도 운동장에 찾아와 목이 터지도록 응원해준 팬들께 감사드린다.
-대전시티즌은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의 전환 첫 사례다. 대전하나시티즌의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명해 달라.
▲구단 관계자가 아닌 입장에서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자연인으로서의 바람 수준이라고 봐주기 바란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대전시티즌 대표로서 느꼈던 점은 구단과 팬, 그리고 시민은 '셋이면서 하나'라는 것이다. 협력과 상생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성공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나.
대담=강제일 정치부장·정리=박병주기자·사진=이성희 기자
◆최용규 대전시티즌 대표청산인은
▲1962년생 ▲대전동산중 ▲대전상고(現 우송고) ▲충남대 철학과 졸업 ▲前 서울신문 사회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편집국 부국장, 광고국장 ▲前 대전시티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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