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해먹에 누워 일하는 시스템 엔지니어가 있는 곳… '마을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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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해먹에 누워 일하는 시스템 엔지니어가 있는 곳… '마을의 진화'

간다 세이지 지음│류석진·윤정구·조희정 옮김│반비

  • 승인 2020-03-22 12:46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마을의진화
 반비 제공
마을의 진화

간다 세이지 지음│류석진·윤정구·조희정 옮김│반비



통신 기술의 발달이 만든 네트워크 환경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줬다. 서비스는 24시간 가동되고 전 세계가 공간 차, 시차를 뛰어넘어 함께 생산하고 소비하며 교류하는 시대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말하는 '워라밸'을 강조하는 사회적 흐름도 생겼다. 컴퓨터를 이용한 업무 범위 안에서 사무실을 고집할 이유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직장인의 대부분은 매일 아침 비슷한 복장과 표정으로 같은 장소로 출근해 같은 시간에 점심식사를 하고 퇴근 후 야근이나 회식을 한다. 이 집단적인 습관은 생산성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 어쩌면 얼굴도장을 찍어야 사람의 성실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착각일지도 모른다.



상상해보자. 프로그래머는 흐르는 시냇물에 발을 담근 채 무릎 위 컴퓨터로 화상 회의를 하고, 시스템 엔지니어는 회사 마당에 설치한 해먹에 누워 일한다면 어떨까.

책 『마을의 진화』가 소개하는 가미야마 마을에선 이 모습이 현실이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원하는 사람들과 변화된 시대에 발맞춰 업무 혁신을 이루고픈 기업들이 이곳에 상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IT 기업 종사자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온 예술가, 아이들을 여유롭게 키우고픈 젊은 부부 등 모여드는 사람들과 원주민들이 상생하고 있다.

일본 도쿠시마현 외곽, 해발 1000m 높이의 산간 마을인 가미야마의 진화는 타자와의 공존 경험을 기반으로 삼는다. 1990년대 초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해외 교류를 시작했던 시골 마을은 외지인에게 개방적이고 자유로웠다. 실리콘밸리의 여명기에 스탠포드대학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오오미나미라는 마을 주민을 중심으로 '그린밸리'라는 NPO 법인이 만들어졌다. 이후 그린밸리가 본격적으로 이주지원에 나서면서 가미야마의 실험이 시작됐다.

그린밸리는 단순한 귀농이 아닌, 일자리를 가지고 귀촌하도록 하는 역발상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관과 협력해 초등학교 폐교를 막을 방안을 만드는 등 견고한 지방재생 계획을 세웠다. 먹거리나 목재 등 지역 내 자원의 순환을 촉진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창의적이고 의지가 있는 민간인들이 합심해 여러 아이디어를 내놓아 마을의 분위기를 바꿨다.

가미야마의 성공 '비결'에는 지자체 주도로 발 빠르게 구축된 통신 인프라, 개방적인 지역 문화 만들기에 헌신한 민간의 리더들, 단기적 성과에 매달리지 않고 과정을 중시하는 문화 등이 꼽힌다. 저출생 고령화와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소멸위기에 처한 한국의 지방 마을이 참고할 만한 사례를 보여준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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