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팬더믹 극복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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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팬더믹 극복의 지혜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0-03-20 09:56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미동에도 신음과 절규가 절로 나온다. 균형이 무너지면 안 아픈 데가 없다. 국가도 지구촌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세계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그늘이 드리워지지 않은 곳이 없다. 확진자가 없다는 몇몇 나라도, 감염자가 없다기보다 의술이나 시설 미비로 인한 진단 능력 부족이 의심받는 실정이다.

로이랩 스탯 글로벌에 의하면, 감염자가 20만이 넘어서고 사망자는 1만 명에 다가서고 있다. 금주 초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장기전 대비 새로운 일상 준비 필요" 의견을 내놓았다.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는 확산 방지를 위한 궁여지책(窮餘之策)에 지나지 않는다.

질병에서 나아가 경제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는 더욱 큰 곤경에 빠져들고 있다. 대기업에서 자영업,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도미노 현상이 일고 있다. 일상생활이 모두 마비, 경제계 전체가 신음 가득한 중환자 병동이 되어 간다. 괜한 위기의식의 침소봉대(針小棒大)가 아니다. 18일 대통령도 '미증유의 비상경제시국'이라 규정하지 않았는가?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정치권은 돈 풀 생각이나 주고받는 한심한 작태를 보인다. 공무원 월급이 줄어들기라도 했나? 재난소득, 기본소득 발상 자체가 뜬금없다. 현물 지원이 시급한 곳도 있겠으나 위기 극복 정책이 무엇보다 시급하지 않은가? 진원지 중국은 책임 떠넘기기에 열중이고, 우리 정치는 선거에만 몰두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할 일을 접으라는 말이 아니다. 누구나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다. 전문가의 다양한 정책제안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 상황 대처가 지나치게 안일하다는 생각이다.



수고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나 의료진, 봉사자에 대한 보답이 아니다. 질병 극복으로 끝날 일도 아니다. 그 후유증을 생각하면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하루속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이다. 일상적 경제활동이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문제는 코로나 퇴치 없이 다른 방법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염병 퇴치,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세계적 공통 난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방역과 확산 방지에 쩔쩔매는 WHO 외에 국제기구도 적절한 대처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라도 원활한 일상 경제활동을 돕는 효율적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책 기조의 변화이다. 일설로 모든 정책을 논할 수 없으나, 우선 다양한 전문가 집단에 귀 기울여야 한다. 한가지,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친노동정책의 수정 없이 지금의 난국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이 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자율적 시장경제도 마찬가지다. 자유로운 기업활동의 뒷받침이 경제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최상책이다. 기업으로선 생사기로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위축된 국민 정서를 풀어내는 것이다. 얼어붙은 정서를 녹여 내지 않고는 될 일이 없다. 말로는 국난극복의 역사, 희망의 힘 운운하며 국민의 자긍심을 짓밟아서 어쩌자는 것인가? 정치 부재, 경제 파탄, 외교 고립, 안보 실종, 국민 갈등으로 국민은 상처투성이다.

우리 민족은 그 어느 민족보다 국난극복의 저력이 돋보이는 특별한 민족성을 지니고 있다. 어떠한 위기에도 굴복하지 않아,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5천 년의 장구한 역사를 지켜냈다. 현대라고 다르지 않다. 국민 총생산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일본, 11위 러시아 등 세계 최강 경제 대국에 포위되어 있으면서도 세계 12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그것도 전쟁의 폐허에서 유사 이래 가장 짧은 기간에 말이다. 위기 극복에는 항상 우리 민족의 저력이 있었다. 천재지변, 외침, 질병, 경제 파탄 등 어떤 국난도 앞장서 막아내는 위대한 역사를 갖고 있다.

가까운 중국만 해도 그렇지 못하다. 덩치는 크지만, 주류를 이루는 한족이 중국 전체를 통치한 경우는 한나라, 명나라에 근현대까지 포함해도 8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거란, 몽골, 여진 등 이민족이 다스렸거나 사분오열되어 있었다. 그러함에도 중국 시진핑 주석은 2017년 4월 플로리다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역사적으로 코리아는 중국 일부였다"고 했다. 외교적 결례이자 잘못된 역사 인식이다. 고유성과 정체성을 외면한 망언이다. 그러면 중국은 몽골 일부였고, 일본 일부였나?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결코, 중국은 위대한 나라가 아니다. 능력은 되지 않으면서 덩치로 한몫하려는, 영토확장에 골몰하는 고전적 국가이다.

민족 긍지를 살려,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팬더믹 극복의 지혜이다. 미래 없는 단기 처방은 고통만 연장시킬 뿐이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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