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힘의 원천은 바이러스를 보호하는 '지방질'을 파괴하는 것에서 비롯한다. 바이러스 표면에는 사람 세포에 붙어 감염을 일으키는 돌기 형태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존재한다. 이 단백질은 바이러스 가장 바깥쪽 방어막 역할을 하는 지방질 성분의 '엔벨로프'에 달라붙어 있다.
비누로 손을 씻으면 비누의 계면활성제가 엔벨로프를 녹여 바이러스 활성화를 막고, 물은 바이러스와 세균을 흘려보낸다. 전문가들은 엔벨로프에 구멍이 뚫리면 그 바이러스는 죽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이때 30초 동안 꼼꼼히 손을 씻어야 하는 이유도 바이러스 외피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최근 이같은 사실이 조명되며 다소 엉뚱한 공상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 '비누가 지방질을 깨뜨리는 역할을 한다면, 샤워할 때 비누칠을 많이 할수록 살이 빠지지 않을까?' 같은 재미난 상상에 빠지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답은 'NO'다.
비만클리닉 365mc 강남본점 손보드리 대표원장은 "비누가 지방을 제거한다는 의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며 "비누 성분이 피부로 흡수되고, 다른 조직은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지방세포만을 타깃으로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허벅지·팔뚝 등을 통통하게 만드는 피하지방은 바이러스를 감싼 지방질의 막과 결이 다르다. 피부 밑을 채운 지방세포가 많을수록 몸이 통통해지는데, 이는 비누 속 계면활성제가 지우는 '기름기'와는 다른 존재다.
결국 체지방을 제거하는 데 비누칠은 전혀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지방세포 없애는 방법은 지방흡입과 같이 직접적으로 지방세포를 몸 밖으로 뽑아내는 것이다.
손보드리 대표원장은 "체지방은 특정 약물에 의해 녹아 사라지기 어렵다"며 "비만 치료를 위해 행해지는 지방분해 주사도 직접 지방세포를 없애는 게 아닌 지방세포 크기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세포 제거는 직접적인 추출로 가능한데, 캐뉼라로 지방세포를 추출하는 지방흡입 수술과 이 원리를 활용한 지방흡입 주사, 람스(LAMS)를 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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