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시라는 모국어가 펼쳐지던 모든 나라… '시의 나라에는 매혹의 불꽃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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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시라는 모국어가 펼쳐지던 모든 나라… '시의 나라에는 매혹의 불꽃들이 산다'

문정희 지음│민음사

  • 승인 2020-03-19 18:20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시의나라에는매혹
 민음사 제공
시의 나라에는 매혹의 불꽃들이 산다

문정희 지음│민음사



파리의 어느 좁은 골목 한가운데 지하 동굴 바, '비밀 암호를 숨기고 모여든 레지스탕스들처럼' 시인들이 모였다. 프랑스의 시 축제 '마르셰드라포에지' 피날레 파티였다.

문정희 시인에게 그날의 동굴은 베르사유 궁전보다 황홀했다. '동굴은 에로스처럼 부드러웠지만 화살의 날갯짓으로 비로소 꽉 찼다. 시가 보석이건 레지스탕스 혁명이건 무엇이건 간에 시라는 위험한 물결 위에서 표류한 생애가 그 순간만큼은 후회스럽지 않았다.' 시를 읊는 순간은 서울 어디에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만큼 자유롭고 행복했다. '시라는 모국어'가 그 밤 하나의 생명이 되어 그의 몸을 휘감았을 것이다.



책 『시의 나라에는 매혹의 불꽃들이 산다』는 문정희 시인이 왕성한 활동을 풍부하게 풀어놓은 여행기이자 시인의 책상에서 기어코 완결된 시작 노트다.

프랑스 낭트, 홍콩과 난징, 도쿄에서부터 베네치아와 텔아비브, 산티아고와 킹스턴에 이르기까지 시인의 발길이 닿는 모든 곳은 시의 나라였다. 시인은 그 매혹의 장소들에서 윤동주의 눈빛을 닮은 티벳의 시인, 멋지다는 감탄사를 듣고 머플러를 던져주던 인도 무덤가의 현자, 시인 로르카가 오래 머물렀던 아르헨티나의 호텔 카스텔라 704호 같은 불꽃들을 마주하고 사유를 펼친다. 거기서 다가온 영감이 발단이 된 시 19편도 함께 실렸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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