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사업 추진과 유찰을 피하기 위해 경쟁 건설사를 소위 '바지'로 내세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에선 실제로 건설사 간 담합이 이뤄진다면, 조합원들의 피해뿐 아니라 공정경쟁 체제를 해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대전 중구의 한 재개발 조합이 시공사 입찰을 마감했다. 입찰을 마감한 결과, 시공능력 최상위권인 두 건설사와 중위권인 한 건설사가 맞붙게 됐다.
상위권 건설사 두 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권에 도전하는 만큼, 정비업계에선 컨소시엄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사업권을 따낼 것으로 예상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상위권 두 곳이 뭉친 컨소시엄이 100% 사업권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며 "브랜드면 브랜드, 시공능력이면 시공능력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두 곳이 모였으니 시공사 선정 결과는 안 봐도 비디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상위권 건설사들이 서로 경쟁을 피하고, 안정적으로 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중위권 건설사를 '바지'로 내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게임이 안 된다. 말이 경쟁이지 안정적인 사업권 확보를 위해 소위 바지를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혹이 제기된 곳에서는 실제로 압도적인 표 차이로 시공권의 주인이 결정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바지 의혹이 제기된 중구의 또 다른 정비사업장에서 컨소시엄 형태의 사업단과 경쟁에 맞붙은 건설사의 표 차이가 수백 표에 달하는 등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단독 입찰한 건설사의 투표수는 한 자릿수에 그쳤다.
정비업계에서는 이 같은 의혹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면, 조합원 피해뿐 아니라 공정경쟁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담합이 이뤄지고 있다면 조합원들이 시공사 선택의 폭이 좁아져 조합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정정당당한 경쟁을 펼치고자 하는 건설사들의 피해도 불 보듯 뻔하다. 자칫하면 공정경쟁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larcz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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