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대전지역 문화예술인들의 피해 상황이 집계되고 있는 가운데 '생계형' 예술인들의 어려움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문화재단은 지난 16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문화예술 분야 코로나19 관련 피해 실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감염병 확산과 장기화로 피해를 입은 예술인 실태를 조사해 향후 재난 상황에 따른 지원과 정책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조치다.
대전문화재단에 따르면, 19일 오전 9시까지 접수된 피해는 12건이다. 피해접수 일정 초반인 탓에 건수는 많지 않지만, 예술인들의 실상은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초반 접수까지는 전시와 섬유 공예, 갤러리 등 미술 분야의 피해 접수가 가장 많았다. 또 공방과 화실 등 작품 활동 외 생계를 위해 운영하는 시설의 경우 수강생이 1명도 없어 문을 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미술계 관계자는 "지역 예술인 가운데 작품을 창작하고 판매해서 재정을 충당하는 작가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교습소나 문화센터, 시 사업소 등에서 강의를 통해 기본적 수입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을 하시는 소상공인들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예술인들은 수입은 제로인 경우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수일 전 만난 전업 사진작가는 "5~6명 소규모 사진 강의를 해왔다. 최근 코로나19로 수업을 두달 정도 쉬고 있다. 작업실 임대료도 내야 하고 작품에 필요한 부가 작업도 해야 하는데 수입이 없다 보니 계속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 토로했다.
대전역 지하상가에 위치한 도예공방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가 지하상가를 다녀간 뒤 손님이 뚝 끊기며 휴업 상태다. 공방은 판매금으로 관리비를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사람은 없고 작품은 팔리지 않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문화계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예술인들의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책을 고민해달라고 주문한다.
라영태 대전미술협회장은 "문화계 지원은 세제지원과 현금지원으로 나뉠텐데, 대부분의 예술가는 사업을 위해 미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공간을 위해서 교습소나 공방을 연다. 실효성 없는 세제 지원보다는 강의료를 지원해주거나, 공방과 화실은 임대료를 지원해 최소한의 삶을 누릴 수 있게 도와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긴급 추경 11조 원을 확정한 가운데 문화예술계를 위한 책정금액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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