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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가 끝나면 습관적으로 은행 앱을 들여다본다. 우스운 일이지만 잔고는 역시 달라진 게 없다.
"비싼 물건을 사거나 낭비하지 않는데도 늘 통장 잔고가 바닥이에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주변에서 종종 들리는 말이다. 이야기를 들으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특별히 사치하지 않고 열심히 저축하는데도 항상 돈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기자도 비슷하다. 값비싼 물건은 안 사고 유흥도 즐기지 않는다. 업무 시간 빼고는 바깥에서 돈 쓸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집에만 박혀 있는데 생각만큼 잔고가 불어나지 않는다.
지난 1월 통계청이 조사한 2018년 기준 임금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297만원이다. 20대는 206만원, 30대는 322만원을 버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첫발을 내딛는 초봉이 평균 200만원 초반으로 연봉을 기준으로 하면 3000만 원 이하 수준인 셈이다. 즉, 많은 20~30대가 한 달에 200만 원 정도의 수입으로 생활하는 것이다. 관리비, 식비 등 기본 생활비만 해도 만만치 않은데 크게 아프거나 경조사가 생기면 돈이 훅 빠져나간다. 이러니 돈이 모일 턱이 있나. '그래서 부모님이 재테크를 그렇게 강조해서 말씀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테크의 기본은 습관이다. 돈을 잘 모으는 사람들의 습관을 배워야 한다. 여기저기 새는 돈을 찾아내 절약하는 습관, 은행에 자주 가는 습관, 눈먼 돈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발품 파는 습관, 새로운 재테크 수단에 관심을 가지는 습관 등 지나쳐버리기 쉬운 부분들을 놓치지 않는다. 또한 한정된 자산을 현명하게 늘리기 위해 금융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20대라면 가입해야 하는 상품, 사회초년생, 신혼부부가 되었다고 꼭 가입해야 할 상품에 귀 기울이지 말자. 아무리 좋은 금융 상품이라도 지금의 내게는 필요하지 않은 상품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 상품을 고르는 법부터 카드나 통장 사용법, 은행 선택법까지 자신에게 딱 맞는 재테크를 찾아야 한다. 홍보 대행사에 다니는 A씨는 하이힐 대신 운동화를 신고, 핸드백 대신 백 팩을 메고, 시계를 보며 백화점과 마트의 타임 세일을 노린 결과 1년 만에 천만 원을 모았다. 이 외에도 비과세 금융 상품으로 '세테크(세금+테크놀로지)' 효과와 두둑한 연말정산 환급금을 챙긴 B씨, 각종 이벤트 응모로 '공짜의 신'이라 불리며 월급의 90%를 저축한 C씨까지 소소한 생활 재테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들도 무수히 많다. 이런 재테크 경험을 발판 삼으면 더욱 건강한 서른 살, 마흔 살의 통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은 때'라는 문장이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만기 적금을 타고 누군가는 주식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며 누군가는 결혼 전에 아파트를 장만할 테니 말이다.
최고은 기자 yeonha6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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