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손에서 형태를 갖춰가는 면마스크. 사진=이해미 기자 |
1시간 꼬박 마스크를 만들었지만 20개가 채 되지 않았다. 김옥희 패션맞춤거리 상인회장이 제작된 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해미 기자 |
완성된 면마스크는 중구 지역 취약계층에게 우선 전달된다. 사진=이해미 기자 |
맞춤 정장과 무대용 연주복 드레스를 제작하던 장인들의 손에서 ‘면 마스크’가 만들어지고 있다. 벌써 일주일째, 목표 개수 1만 개를 위해 오늘도 ‘재봉틀’은 돌아간다.
17일 찾아간 대전 중구 ‘중촌동 패션맞춤거리’는 30~40년 경력의 의상실이 밀집된 특화거리다. 코로나19가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크고 작은 문화공연이 중단됐고 특화거리에도 일감이 뚝 끊겼다. 하지만 재봉틀은 각자의 삶이 아닌 타인을 걱정하는 이타심이 되어 한 땀 한 땀 실을 엮고 있었다.
패션맞춤거리 내 23개 의상실은 지역 취약계층을 위한 마스크를 제작 중이다. 하루 15시간을 온전히 마스크 제작에 투입돼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마스크 제작 총괄을 맡은 김옥희 패션맞춤거리 상인회장(샬롬의상실)은 "코로나 때문이 일이 하나도 없었다. TV를 틀면 코로나 뉴스뿐이라… 이제 우리도 뭔가 해야 할 상황이 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 국민이 마스크 때문에 종일 줄을 서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원단을 가지고 노는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도의적으로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았다"고 했다.
패션맞춤거리 상인들의 장인급 재능은 중구자원봉사협의회와 만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협의회는 원단 비용을 지원하고 상인들이 마스크를 제작한다. 매일 오전 11시 전날 만든 마스크 물량을 센터가 수거해 수시로 지역 취약계층에 전달하고 있다. 일주일 동안 대략 6000개 정도가 제작됐다.
면마스크 제작 과정은 고된 노동의 결과물이었다. 김옥희 상인회장의 면마스크 제작 과정을 지켜봤다. 마스크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겉감 2장, 안감 2장, 귀에 걸 수 있는 고무줄 2개가 필요하다. 겉감과 안감을 각각 봉제하고 겉과 안감을 연결해 박는다. 벙벙하지 않고 얼굴에 잘 감싸지도록 중심선과 테두리를 박아 뒤집는다. 고무줄을 마스크에 부착하는 마감 봉제를 해야만 마스크가 하나가 완성된다.
말과 글로는 참 쉽지만, 마스크 1개를 만드는 시간은 손이 빠른 베테랑이라 해도 대략 4~5분 정도가 걸렸다. 김옥희 회장이 1시간을 꼬박 마스크를 만들었지만 완성된 마스크는 17개였다.
이현주 패션맞춤거리 대외본부장(썸패션디자인)은 "회장님이 선한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셨고, 회원들도 같은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몸은 고되고 피곤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이옥화 중구자원봉사협의회장은 "고급옷을 만드는 분들이 현업을 전폐하고 재능기부를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맞춤거리의 마스크 제작은 1만 개 목표를 채운 후에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8일 패션맞춤거리 상인회는 대전시와 협약을 맺고 초등학생을 위한 소형 마스크 제작에 착수했다.
박월훈 대전시 시민안전실장은 "패션맞춤거리와 협약을 맺고 3만 장을 제작하기로 했다. 재난안전기금을 이용해 소상공인 경제도 돕고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마스크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옥희 상인회장은 "우리는 배운 것이 재단과 봉제 이것뿐이다. 나라가 시끄럽지만 작은 재능으로 도움이 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김옥희 패션맞춤거리 상인회장은 직접 재단한 마스크 원단을 상인회원들에게 배부하고 있다. 사진=이해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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