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망설이다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 그는 웃으며 괜찮다고 대답했다. 호의를 거절당했다는 생각에 머쓱했지만, 그래도 친절한 사람으로 보였을 거라며 스스로 격려했다.
몇 년이 지난 그 일을 떠올린 건 그래픽 노블 『자유로운 휠체어(한울림스페셜, 2020)』를 읽고 나서다.
한울림스페셜 제공 |
친구는 그런 토니오가 걱정된다. 남은 다리도 잘라야 하는 그의 마음을 상상하니 곁에 있어 주고 싶다. 밤에 혼자 비를 맞고 있는 토니오를 발견하자 다가가 우산을 씌워주고, 바람을 쐬게 해주고 싶어 먼 길을 가야 할 때 차에 태우고 간다. 혹시 길을 잃거나 위험한 곳에 떨어질 까봐 꼼짝 말고 제자리에 있으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토니오는 친구에게 재수 없다며 화를 낸다. 얄팍한 동정 따윈 필요 없으며, 휠체어를 밀면서 하는 네 설교는 지긋지긋하다, 착한 사람 노릇하면 기분이 좋냐고 따진다.
책을 덮고 난 며칠 후 영화 '언터처블:1% 우정'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고로 전신불구가 된 백만장자 필립과 그를 24시간 돌보는 자리에 채용된 드리스의 우정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극 과 극 생활환경으로 어울리지 않던 두 사람이 가까워진 건 드리스의 무심함 덕분이었다. 장애인을 배려해야 한다는 의식 없이 눈치 보지 않고 농담을 던지는 드리스는, 필립에게 자신이 장애인임을 잊을 수 있는 힘이 됐다. 두 사람은 남들이 전신마비 장애인에게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필립은 자신의 몸을 가둔 사고의 원인이었던 패러글라이딩도 다시 즐길 수 있게 된다.
『자유로운 휠체어』 표지 위 '무례한 관심은 집어치워!'라는 부제가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주차장에서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비장애인은 무례했다. 호의라고 생각했던 감정은 장애인을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만 보는 오만이었다. 영화 속 필립은 무례한 관심이 없는 관계 덕분에 행복해졌다. 휠체어를 탄 사람에게 필요한 건 마음껏 혼자 있어도 위험하지 않은 무장애 환경이다. 호의는 무장애 환경이 부족함을 알고, 늘리는데 먼저 써야 할 마음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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