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책들 제공 |
너를 읽는 순간
진희 지음│푸른책들
부모님도, 가까운 일가친척도 없는 중학생 소녀 영서는 황금연휴를 앞두고 난생 처음으로 고모를 만난다. 고모네 집에서 지내는 동안 사촌 연아와 우정을 쌓으며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이모네 집으로 가게 된다.
어렸을 적부터 가깝게 지냈던 이모는 영서가 친근하게 대하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이모부가 등장하면서 영서는 이모와도 헤어지게 된다. 영서는 결국 엄마를 기다리며 임시 거처인 '파라다이스' 모텔로 돌아가게 된다.
'울음을 터뜨리기보다 참고 견디는 게 익숙했던' 영서를 주인공으로 한 『너를 읽는 순간』은 제13회 푸른문학상을 수상한 진희 작가의 신작 장편 소설이다. 전작인 『데이트하자!』에서 '행복'을 주제로 청소년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던 작가는 『너를 읽는 순간』에서는 냉정한 현실에서 살아가는 한 아이의 아픔과 외로움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독자들은 영서를 스쳐간 다섯 인물의 시선을 따라 영서의 이야기와 각자의 사연을 알게 된다. 다섯 인물은 영서를 마주하며 연민, 동정, 죄책감을 느끼고, 때로는 질투와 불화에 휩싸이기도 한다. 영서의 상황은 이들을 통해 입체적으로 전달되고, 독자에게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차가운 현실을 홀로 마주한 수많은 '영서'들에게 "네 주변의 사람들이 모질거나 냉정해서 너를 외면하는 것만은 아니"며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처지와 사연과 애환이 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러니 너무 많이 상처받지 말기를. 지레 좌절하고 포기해 버리지 말기를" 바라는 응원이다. 나라는 존재를 누군가 찬찬히 읽어준 그 순간이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는 메시지는, 우리가 마주한 타인을 읽어가야 하는 이유로도 읽힌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