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판의 대국은 이로써 승패가 갈리며 종국 하게 된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승부가 결정 난 후 더 중요한 과정이 있다. 바로 복기다. 둔 수가 정수였는지 악수였는지, 더 좋은 수가 없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력향상의 지름길로 불리며 특히 동호인에게 권장된다. 복기와 관련 이창호 9단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스승 조훈현 9단의 자택에서 숙식하며 배우던 내 재자 시절, 대국을 둔 날에는 딱, 딱 복기하는 바둑돌 소리가 밤새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얼마 전 집사부일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이세돌 9단이 출연해 관심 깊게 시청했다. 프로그램에서 단연코 화제가 된 것은 이세돌 9단의 지도 다면기 10판에 대해 척척 진행된 복기다. 출연진들은 자신의 수뿐 아니라 상대방이 둔 돌의 위치와 순서를 모조리 기억하자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 경이롭다"라며 감탄을 자아냈다.
복기의 중요성은 현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방역체계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노하우를 전수해달라는 요청을 한 국가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그들은 신속한 검진, 투명한 일 처리, 국민의 자발적인 방역참여 등을 주목했다. 여기에 더해 메르스, 신종플루 사태의 교훈을 타산지석 삼아 전염병에 대한 방역시스템을 잘 갖췄기 때문이라고 손꼽았다.
즉 복기의 과정이 훌륭했기 때문에 판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도 모범적 국가라고 원더풀을 연발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가 코로나19에 승리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승리 후 철저한 복기로 또 도래할지 모르는 전염병에서는 더 나은 대처를 기대한다.
이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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