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요리사는 참돔의 숨엔 눈길도 주지 않고
살점만 베어낸다 핏기 없는 칼을 닦는다
두 눈을
끔벅거리는
죽은 몸을 담아온다
겨우내 하느님은 차마 칼을 못 쥐더니
횟집 앞 늙은 느티의 검은 살을 쓸고 있더니
한점도 다치지 않고
추운 목숨만
꺼내가셨다
오래 전, 속초에 바닷가에서 친구와 회를 먹었다. 그때도 3월이었다. 간간이 쌀쌀한 바람이 불어 옷깃을 여미게 했지만 햇살은 맑았다. 생선회가 나왔는데 살점만 나온 게 아니고 머리와 꼬리도 온전히 다 붙은 말하자면 몸통의 살점만 베어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생선의 아가미가 미세하게 들썩거렸다.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그 고통의 강도가 어느 정도일까. 나는 감히 짐작할 수 없다. 생과 사의 경계는 어디일까. 인간은 신을 찾는다. 신이 인간을 관장한다고? 어림없는 소리! 엊그제 어느 텃밭에 지난 해에 심어진 상추에서 다시 이파리가 나오고 있었다. 죽어야 살아나는 생명의 윤회. 삼월은 겨울을 딛고 일어선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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