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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은 지음│민음사
"흠결 없고 상처 없는 완벽한 인생을 살았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들 역시 사람이므로 일생 동안 수많은 실수를 거치며 성공과 실패, 성취와 좌절을 오갔다. 결국 그들은 모두 좋은 글을 남겼다. 앞으로 걸어갔다. 어떤 경우에도 용기를 잃지 않았다. 글과 말의 힘을 믿었다. 불행이나 불운이 반드시 살아서 글을 쓰겠다는 의지를 결코 꺾을 수 없음을 자신들의 삶으로 증명했다." ―본문에서
책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의 표지가 브란웰 브론테의 그림 '앤, 에밀리, 그리고 샬럿 브론테'인 건 필연이다. '글쓰기로 한계를 극복한 여성 25명의 삶과 철학'을 담은 책에 소설 「폭풍의 언덕」을 쓴 에밀리 브론테가 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 문학사에서 손꼽히는 걸작이라는 평을 듣는 작품이지만 당시에는 '작품 전반에 도덕성이 결여돼 있으며 교양이 전무하다는 평가가 압도적'이었던 소설. 게다가 당시는 "문학은 여자의 일이 될 수 없으며, 그러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말까지 듣는 시대였다. 에밀리 브론테의 이야기는 '글쓰는 여자는 용기를 잃지 않는다'는 챕터로 소개돼있다.
2020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출간된 책은 마르그리트 뒤라스, 버지니아 울프, 박경리, 프리다 칼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수전 손택 등의 삶과 철학을 3부에 걸쳐 소개한다. 태어난 시기도, 살았던 장소도, 쓴 글의 성격도 모두 제각각인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좋은 책을 많이 읽고 필사적으로 글쓰기에 매달렸다는 것. 취미로 글을 쓴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들은 여성이란 어떠해야 한다는 억압, 여성의 글은 허영에 들뜬 취미에 불과하다는 무시가 팽배한 세상에 맞섰다. 가장 나다운 나로 살기 위하여 끊임없이 책을 읽고 글을 썼다.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을 엮고 『문학을 부수는 문학』, 『촛불의 눈으로 3·1 운동을 보다』에 공저자로 참여한 저자는, 이들에게 글이란 표현이자 싸움이고 노동이었으며 삶을 사는 방식과 다르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이전과 다른 세상을 창조해 낸 여성작가들의 글은 독자에게 여성만의 경험과 생각, 삶과 철학을 기록하고 읽는 일이 주는 힘을 느끼게 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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