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과학자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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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과학자의 능력

임효인 교육과학부 기자

  • 승인 2020-03-16 16:29
  • 수정 2020-07-19 10:22
  • 신문게재 2020-03-17 22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올 초 읽은 책 중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 자주 떠오른다. 과학기술로 자멸해가는 인류에 던지는 최초의 경고라고 소개된 이 책은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프랑켄슈타인의 이미지를 깨트렸다. 그동안 내가 알던 프랑켄슈타인은 어릴 때 봤던 만화영화 속 캐릭터 모습이 전부다. 머리에 나사가 박힌 초록빛의 피부를 가진 이 사람과 괴물 사이 어느 지점에 있을 법한 이 캐릭터는 조금 흉측한 모습이지만 꽤 착했던 걸로 기억한다. 소설에선 더 인간적(?)이고 고차원적인 면모를 뽐냈지만 이름 대신 그저 '괴물'로 불리며 인간의 멸시와 핍박 속에 처절하게 살다 죽는다. 프랑켄슈타인은 이 괴물을 만든 박사의 이름이다. 연금술에 관심 많던 어린 청년은 대학에서 인체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됐고 그것을 원천 삼아 과학기술로 생명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괴물로 인해 박사는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숨도 잃고 말게 된다.

코로나바이러스19로 전 세계가 공포에 시달리는 요즘 왜 '프랑켄슈타인이'이 자주 떠오르는지는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소설 '프랑켄슈타인'를 덮으며 들었던 여러 생각 중엔 과학기술이 가져오는 놀라운 변화와 창조 그로 인한 인간의 삶, 인류의 미래와 고난 이런 것들이 있었다. 소설 속 박사가 괴물을 만들기 전 좀 더 신중했다면 어땠을까, 박사가 만들고 싶었던 창조물을 통해 과연 그는 무엇을 원했던 걸까에 대한 물음이 책을 덮고 뉴스를 보면서 다시 떠오른 거다. 과학자는 그들이 가진 능력을 어떻게, 무엇을 위해 쓰며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코로나19가 인류의 삶에 침투하자 인간들은 치료제와 백신을 갈구하고 있다. 그 기대는 곧 과학자들에게 옮겨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과학의 발전이 이뤄낸 성과는 이렇게 인간을 기대하게 했고 그에 보답하듯 그동안 여러 성과를 냈다. 언제라고 확신할 순 없지만 머지않은 시기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와 백신도 개발될 것이다. 그게 그 분야 과학자의 역할이자 사명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를 알기 위해 바이러스와 함께하고 있는 그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이 고난이 하루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또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치료제·백신 개발 실험실이 아닌 곳에서도 과학자들의 역할을 느꼈으면 한다. 그들의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우리 생활 곳곳엔 많다.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자 자발적으로 모여 '뭐라도 해 보자'는 과학기술인의 모임은 이 같은 생각에서 출발했을 거다. 대덕특구 과학기술인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피해가 큰 대구·경북지역에 보내 역할을 찾아볼까 고민하는 어느 기관장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과학자는 치료제 개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가진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고 나서는 과학자의 모습을 보고 싶다. '내 분야는 아니야'라며 관망하는 것이 아닌 인간을 위해 고민하는 그 시작부터가 곧 과학자의 능력이다. 임효인 교육과학부 기자

임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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