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사학의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학혁신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사학의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학혁신

김태봉 대덕대 총장

  • 승인 2020-03-15 22:46
  • 신문게재 2020-03-16 22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태봉교수수정
김태봉 대덕대 총장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교육신뢰회복을 위한 사학혁신 추진방안으로, 사학 회계의 투명성 제고, 법인의 책무성 강화, 사학 운영의 공공성 확대, 사립 교원의 권리 보호 지원 등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교육기관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사립학교가 참 많다. OECD 2017년 자료에 의하면, 국공립대 학생비율이 미국은 72.7%, 프랑스 79.5%, 이탈리아 89.7%, 독일 91.1%, 덴마크 97.7%다. 2019년 교육통계서비스(KESS)에서 한국의 대학에서 사립학교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전문대학 93.4%, 일반대학 81.7%이고, 학생수로 보면 전문대학 98.0%, 일반대학 76.9%를 차지한다.

해방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한국 정부는 재정 능력이 너무 부족해 필요한 교육을 제대로 실시할 수 없었다. 이후 사립학교는 고급 지식 및 기술 교육을 담당해 국가 경제발전을 이룩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사립학교도 국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의 전당이고, 사립학교법 제1조는 사립학교의 자주성과 공공성을 규정하고 있다. 사립학교는 국민의 교육을 책임지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공적 재산이자 사회적 재산이다. 사학의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일부 사립학교 설립자 또는 운영자의 학교 회계 및 학사 관리 부정비리일지라도 우리 교육 전체의 신뢰를 훼손 하는 경우가 많았고, 비리 유형이 반복적이며 구조적인 경우가 많았다. 사립학교의 재산은 학교법인에 귀속하고 더 이상 설립자의 사유재산으로 다룰 수 없는데도 말이다.



그러면 현재 사학 법인은 사립학교법이나 대학 설립 운영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법인의 책무성을 다하고 있는가?

한국사학진흥재단과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사립대학 법인이 보유한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은 69.3%이다. 수익용 기본재산이란 사립학교의 경영에 필요한 재산 중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재산을 말한다.

사립대학 법인의 법정부담금 부담금은 사학연금 또는 건강보험, 산재·고용보험금 등이다. 법정 부담금 비율이 높을수록 법인의 책무성이 높은 것인데, 2019년 통계연보에 일반대학 법정부담금비율은 50.3%, 전문대학 법정부담금비율은 16.9%에 불과하다. 게다가 사립대 법인전입금 비율은 일반대학은 4.0%, 전문대학은 0.9%로 유명무실 수준이다.

초중등 사립학교는 대부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금을 받아 운영되지만, 대학은 대부분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즉, 국민이 낸 세금과 학부모의 수업료 등으로 학교가 운영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현재 우리나라 사학 법인은 의무는 다하지 못한 채 권리와 자율성만을 강조하는 꼴로 책무성면에서 낙제 점수이다. 그러면서 인사권, 재정회계 심의 의결권 등 경영권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일부 사학의 설립자 또는 그 후손이나 운영자들이 교육이념을 저버리고 각종 비리에 휘말려 학원의 소요 등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 왔다.

그런 면에서 지난 해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신뢰회복을 위한 사학혁신 추진방안은 사학 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법 제도 마련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올 1월 사립학교 법인 단체들이 정부의 사학혁신추진방안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사학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사학의 자율성 훼손 정책이라는 것이다.

물론 사학 법인 단체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고 억울함이 있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교육의 본질을 살리기 위해 추구해야할 것은 사학의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학혁신이다. 사학이 서로 다른 건학이념을 가지고 선의의 경쟁을 할 때 교육도 민주주의도 성숙하도록 다양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새 국회에서는 정말로 교육신뢰회복을 위한 사학혁신 방안이 마련되길 간절히 바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에어부산 항공기 김해공항서 불…승객·승무원 176명 모두 탈출
  2. AI가 예측한 2055년 설날, 전통과 미래가 만나다
  3. 건설 경기 악화 그늘…종합건설기업 폐업도 폭증
  4. 명절에도 홀로 학교 지키는 당직실무원…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에 한숨
  5. 설 당일까지 충남 공주·논산·홍성 여전히 대설주의보
  1. 대전서부교육청 "객관성과 전문성 갖춘 학폭전담조사관 모집 중" 2월 5일까지
  2. 상상속 미래 도서관, 한밭도서관에서 만나다
  3. 환율 1500원까지 오르면 국내 건설비 3% 가량 상승
  4.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5년 1월29일 수요일
  5. 충남농업기술원, 딸기 신품종 '조이베리' 품종보호권 획득

헤드라인 뉴스


환율 1500원까지 오르면 국내 건설비 3% 가량 상승

환율 1500원까지 오르면 국내 건설비 3% 가량 상승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도달하면 국내 건설 부문 생산비가 2023년보다 3%가량 증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실이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의뢰해 '환율이 건설 부문 생산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르면 평균 환율이 1305.9원이었던 2023년과 비교해 건설비가 3.34%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 국가철도공단, 한국도로공사, 인천공항공사 등 국토교통부 산하 주요 기관의 500억 원 이상 공사 317개의..

상상속 미래 도서관, 한밭도서관에서 만나다
상상속 미래 도서관, 한밭도서관에서 만나다

한밭도서관은 2월부터 '미래 도서관 도슨트'를 새롭게 운영하고 관련한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한다. 29일 한밭도서관에 따르면 '미래 도서관 도슨트'는 도서관 사서가 직접 도슨트 역할을 맡아, 미래 도서관 체험과 미디어 창작 활동을 위한 공간인 '디지털창작실'을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민에게 소개하고 안내하는 프로그램이다. 한밭도서관 2층에 있는 디지털창작실은 터치 테이블, 대형 미디어 월, 디지털북 키오스크 등 최신 기술이 접목된 실감형 체험 공간이다. 또, 영상 촬영 및 편집 등이 가능한 스튜디오와 편집실도 마련되어 있..

명절에도 홀로 학교 지키는 당직실무원…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에 한숨
명절에도 홀로 학교 지키는 당직실무원…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에 한숨

"연휴 중에도 학교를 지키러 오지만 휴일 수당조차 없어 임금은 아르바이트 급여 수준입니다." "명절에 차례도 지내고 손녀딸도 보고 싶지만 영상통화로 만족해야죠." 25일 오전, 대전의 한 중학교 당직실무원 A씨는 근무 여건상 명절 연휴에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아쉬움을 토로하며 이같이 말했다. 34년 동안 공무원으로 근무한 A씨는 퇴직 후 지난해 9월부터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지만 형편없는 처우에 혀를 내둘렀다. 당직실무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있지만, 정당한 근로시간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잊혀져가는 공중전화의 추억 잊혀져가는 공중전화의 추억

  • 명절 연휴 고속도로의 유용한 정보들 명절 연휴 고속도로의 유용한 정보들

  • 설 앞두고 북적이는 시장 설 앞두고 북적이는 시장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