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봉 대덕대 총장 |
우리나라 교육기관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사립학교가 참 많다. OECD 2017년 자료에 의하면, 국공립대 학생비율이 미국은 72.7%, 프랑스 79.5%, 이탈리아 89.7%, 독일 91.1%, 덴마크 97.7%다. 2019년 교육통계서비스(KESS)에서 한국의 대학에서 사립학교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전문대학 93.4%, 일반대학 81.7%이고, 학생수로 보면 전문대학 98.0%, 일반대학 76.9%를 차지한다.
해방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한국 정부는 재정 능력이 너무 부족해 필요한 교육을 제대로 실시할 수 없었다. 이후 사립학교는 고급 지식 및 기술 교육을 담당해 국가 경제발전을 이룩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사립학교도 국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의 전당이고, 사립학교법 제1조는 사립학교의 자주성과 공공성을 규정하고 있다. 사립학교는 국민의 교육을 책임지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공적 재산이자 사회적 재산이다. 사학의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일부 사립학교 설립자 또는 운영자의 학교 회계 및 학사 관리 부정비리일지라도 우리 교육 전체의 신뢰를 훼손 하는 경우가 많았고, 비리 유형이 반복적이며 구조적인 경우가 많았다. 사립학교의 재산은 학교법인에 귀속하고 더 이상 설립자의 사유재산으로 다룰 수 없는데도 말이다.
그러면 현재 사학 법인은 사립학교법이나 대학 설립 운영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법인의 책무성을 다하고 있는가?
한국사학진흥재단과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사립대학 법인이 보유한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은 69.3%이다. 수익용 기본재산이란 사립학교의 경영에 필요한 재산 중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재산을 말한다.
사립대학 법인의 법정부담금 부담금은 사학연금 또는 건강보험, 산재·고용보험금 등이다. 법정 부담금 비율이 높을수록 법인의 책무성이 높은 것인데, 2019년 통계연보에 일반대학 법정부담금비율은 50.3%, 전문대학 법정부담금비율은 16.9%에 불과하다. 게다가 사립대 법인전입금 비율은 일반대학은 4.0%, 전문대학은 0.9%로 유명무실 수준이다.
초중등 사립학교는 대부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금을 받아 운영되지만, 대학은 대부분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즉, 국민이 낸 세금과 학부모의 수업료 등으로 학교가 운영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현재 우리나라 사학 법인은 의무는 다하지 못한 채 권리와 자율성만을 강조하는 꼴로 책무성면에서 낙제 점수이다. 그러면서 인사권, 재정회계 심의 의결권 등 경영권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일부 사학의 설립자 또는 그 후손이나 운영자들이 교육이념을 저버리고 각종 비리에 휘말려 학원의 소요 등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 왔다.
그런 면에서 지난 해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신뢰회복을 위한 사학혁신 추진방안은 사학 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법 제도 마련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올 1월 사립학교 법인 단체들이 정부의 사학혁신추진방안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사학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사학의 자율성 훼손 정책이라는 것이다.
물론 사학 법인 단체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고 억울함이 있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교육의 본질을 살리기 위해 추구해야할 것은 사학의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학혁신이다. 사학이 서로 다른 건학이념을 가지고 선의의 경쟁을 할 때 교육도 민주주의도 성숙하도록 다양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새 국회에서는 정말로 교육신뢰회복을 위한 사학혁신 방안이 마련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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