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황우 한밭대 교수 |
광주, 부산, 대구·경북에 이어 지난해 9월 설립된 대전디자인진흥원이 올해 3월 1일부터 대덕테크노밸리에 있는 신사옥에서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대전디자인진흥원은 2005년부터 대전지역의 디자인계가 한목소리로 지역디자인센터(RDC, Regional Design Center) 건립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좌절됐고, 8년만인 2013년에 이르러서야 당시 국회부의장이었던 박병석 의원의 노력으로 대전광역시에서 100억 원의 국비를 확보해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
설립과정에서도 다른 지역과는 달리 운영주체문제로 지역디자인계와 마찰이 있었고 건립 시기도 늦어져 애를 태우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대전디자인진흥원이기에 때문에 지역디자인계의 한사람으로 너무 기쁘고 기대감도 크다.
대전디자인진흥원의 설립 목적은 인적, 물적, 정보 인프라 집적과 활용을 통해 대전디자인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2019년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 산업정책 토론회 자료를 보면, 지역디자인센터구축 후 2010년~2012년 사이에 디자인산업규모가 2배 성장을 이뤄 지역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디자인이 R&D 투자 대비 최소 3배 ~ 최대 14.4배까지 매출 증대 효과가 있고, 취업 유발계수도 10억 원당 17.5명으로 높기 때문이다.
광주디자인센터를 예를 들어보면, 2005년 개원 후 2018년 기준 디자인기업 매출이 856억 원으로 256% 증가했고, 종사자 수도 1,166명으로 267% 증가했다. 기업 수 또한, 383개로 261% 증가했다. 부산디자인진흥원의 경우에는 2018년 한해에만, 창업지원 105건, 일자리 창출 296명, 인력양성 6,607명, 컨설팅 383건, 제품개발 607건, 판로개척 255건 등의 실적을 나타냈다.
대전디자인진흥원이 디자인 주도 경제성장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디자인사업들을 집적화, 일원화시키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지역기업의 디자인 활용비율을 높여야 한다. 대전 디자인기업들의 기술 수준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수도권에 뒤지지 않을 만큼의 수준에 올라와 있고 기업도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산업기반조성은 잘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전·충청지역에 소재한 일반기업의 디자인 활용비율은 2016년 기준 14%로 수도권 평균 24%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지역산업의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표로서 지역디자인특화사업과 디자인지원사업 등을 확대실시하여 디자인 활용비율을 높여야 한다.
대전에는 2018년 기준 12개 대학에서 석박사 포함 49개 과정이 운영되고 있고 연간 1700여명의 디자이너를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질적 취업 처가 부족한 탓에 전국평균보다 2배 이상 많은 인력이 배출됨에도 불구하고 지역 우수 인재들의 수도권 유출과 지역 디자인기업의 인력난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대전지역대학에서 디자인 관련 전공은 제품디자인, 시각디자인과 같은 전통적인 디자인분야가 52%로 줄어들고 새로운 디자인 분야에 대한 교육과정이 늘고 있지만, 수요처인 대전디자인기업의 경우, 전통적인 디자인분야가 2017년 기준 78%로 전국평균 60%에 비해서도 과다하게 집중돼 있다.
4차산업 혁명과 관련 있는 융합분야인 디지털, 멀티미디어 분야(AR/VR/IoT)는 2.62%로 전국평균 3.5%에도 못 미치고 있다. 융합분야에 대한 디자인기업 육성과 질적 취업 처의 개발도 시급하다.
한 도시의 디자인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디자인 문화를 조성하고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디자인 프로그램이 지속해서 있어야 하며 대전시민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의 생애 전 주기 교육을 해야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디자인체험교육을 하고 디자인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는 디자인싱킹 교육을, 경력단절자나 고령자들을 위해서는 디자인 창의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창의적인 도시, 매력적인 디자인 문화도시 대전을 만드는데 대전디자인진흥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노황우 한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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