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세 통의 진통제와 야채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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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톡] 세 통의 진통제와 야채스프

남상선 /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 승인 2020-03-1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우리는 살면서 < 베풂 >과 < 배려 >라는 말을 수없이 많이 듣고 있다. 허나 < 베풂과 배려 >로 사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하는 삶에는 정작 인색한 것이 우리 자신들이다. 막상 그렇게 살려 하면 은연중 자신이 허덕이고 가계 운영에 타격이 올 것 같은 마음에 실천을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 불쌍한 사람이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보아도 모르는 체하거나 그냥 무딘 감각으로 본 체 만 체하고 사는 것이 예삿일처럼 돼 버렸다.

아니, 우리가 그런 삶에 만성이 되다시피 살고 있어 사회가 갈수록 삭막해져 가는지도 모른다. < 베풂과 배려 >에 인색하다보니 지구촌 온기가 식어가는 느낌이다.

이것은 먼 데 외계인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나와 너의 현대인의 삶이라 하겠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바닷물의 3%에 해당하는 소금처럼 사는 사람들이 있어 그나마 사람의 온기가 유지되는 따듯함으로 삶이 영위되고 있는 셈이다.

나는 인터넷에서 태국의 한 이동통신 회사의 광고영상을 보다가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베풂과 배려>라는 광고 영상이었다.

'베푸는 것이 최고의 소통이다'라는 내용으로 네티즌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하는 태국의 한 이동통신 회사의 광고영상이었다.

꼬마가 아픈 엄마를 위해 약을 훔치다 주인 눈에 목격이 됐다. 그런데 그 꼬마를 호되게 질책하는 약국 주인,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식당 주인아저씨가 약값을 대신 지불하고 약과 함께 야채스프를 꼬마의 손에 들려준다. 꼬마는 아저씨가 건넨 비닐봉지를 낚아채기라도 하듯 틀어쥐고 아저씨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도망하듯 달아난다.

30년이 지난 후, 그 아저씨의 식당에 걸인 한 사람이 찾아온다. 아저씨의 딸은 여느 때처럼 하는 익숙한 말로 아빠를 부르고, 아저씨는 자연스레 걸인에게 야채스프를 건네주고 있다. 이 아저씨는 여전히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베풀고 살고 있다.

하지만, 아저씨는 과로인지 지병 때문인지 갑작스런 병으로 쓰러져 병상에 눕게 된다. 중병이었던지 여러 날 치료로 병원비가 많이 나왔다.

딸이 받아든 병원비 청구서에는 2700만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 적혀 있다. 병원비를 걱정하던 딸은 결국 식당을 급매물로 내놓는다.

아버지 병상을 지키느라 지친 딸이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난 사이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아저씨의 딸 앞에는 병원비 영수증이 놓여 있었는데, 그 영수증엔 ' 총 의료비용 0원 '이라고 적혀 있는 것이다.

이어져 있는 메모에는 '모든 비용은 30년 전 다 지불됐습니다. 세 통의 진통제와 야채스프로…, 안부를 전합니다' 라는 글이 씌어 있었다.

30년 전 아저씨의 도움으로 아픈 엄마에게 약을 사드릴 수 있었던 이 꼬마는 의사로 성장했고, 이제는 그에 대한 보은으로 30년 전 신세진 것을 갚게 된 것이다.

꼬마는 30년 전 엄마가 아팠을 때 아저씨가 건네준 '세 통의 진통제와 야채스프'를 평생 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때 그 아저씨의 따뜻한 손길과 가슴의 온기를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영상 말미에는' 베푸는 것이 최고의 소통 '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30년 전의 사소하고 작은 베풂 하나가 30년 후 너무도 큰 보답으로 돌아오는 영상 속 모습이다.

물론 식당 아저씨가 훗날의 무엇인가를 기대하며 베푼 것은 아니었지만 심은 대로 거두는 사필귀정의 감동적인 결과여서 가슴 흐뭇한 느꺼움임에 틀림없었다.

우리 현대인들은 나 스스로의 삶과 생활이 힘들고, 지쳐 있기에,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베푼다는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다.

이 광고영상은 그런 우리의 삶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반성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기에, 재생영상 속에서라도 몰입해 빠져보고 싶은 아쉬움이었다.

'베풂과 배려 '

여기엔 가식이 없는 순수와 진실이 들어 있어야 한다.

입으로만 외치는 구호여서는 위선이 된다. 반드시 언행일치라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

선거 때 유권자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제스처 같은 가식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농부가 땅을 파고 흙을 고르는 순수하고 소박한 마음으로 배려하고 베풀어야 한다.

그 무엇인가 돌려받을 계산된 생각에서 베풂과 배려를 위선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식당 아저씨가 가엾은 마음으로 꼬마에게 건네준, '세 통의 진통제와 야채스프' 여기엔 가식이 없는 순수와 진실이 들어 있고 가슴의 온기가 숨을 쉬고 있다.

거기엔 계산된 생각이나 정치인들의 전시효과적 제스처 같은 목적의식도 없다.

'세 통의 진통제와 야채스프'

그 소품 속에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 사랑의 정신 >이, < 베풂과 배려의 마음 > 이, < 식당 아저씨의 따뜻한 가슴의 온기 > 가 숨을 쉬고 있기에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값진 것이다.

천연기념물 같은 식당 아저씨의 < 따듯한 가슴의 온기 >가 지구촌 여기저기서 용광로 열기의 불로 활활 타오르기를 주문해 본다.

우리 모두는 용광로 불을 지펴 식당 아저씨의 가슴 온기를 여기저기 날라줬으면 한다.

남상선 /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남상선210-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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