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안개 너머 아침 빛에 드러난 시가지의 모양새가 오늘따라 익숙함보다는 평범하고 지루하게까지 느껴지는 것은 그간 고민하고 있던 도시의 정체성과 도시재생에 대한 답 없이 연속된 '만상'으로 인한 역효과인 듯하다. 아니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하자면 개인의 작고 힘없는 부질없는 외침으로 인한 피로가 아닐까 생각한다.
도시 이미지의 구축은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있는 지방화 시대의 중요한 요소일 뿐 아니라 그 도시의 생존 전략이자 경쟁력의 척도라는 것은 전문가만 아는 사실이 아닌 지역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건물, 자연 등 도시 이미지의 대상은 다양하게 존재하고 그 도시에 사는 지역민들의 삶에 의해 차근차근 만들어지면 그것이 도시 이미지가 되는 것이다.
대전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근·현대기에 설치된 철도와 고속도로의 집결지로서 '교통 중심도시'와 대덕연구단지의 조성을 통한 '과학의 도시' 두 가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2015년 대전의 사회지표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살기 좋은 도시'의 이미지가 타 도시에 비해 높게 평가됐고 대전의 도시 이미지를 '안정적이고 편리하며 깨끗한' 도시, 현재 이미지는 '과학의 도시'가 교통의 도시나 행정의 도시보다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대전의 미래이미지 역시 '과학의 도시 상'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대전 방문의 해로 지정하여 다양한 관광요소를 개발하고 준비하고 있다. 우선 도시 정체성 강화를 위해 도시 슬로건을 공모했고 ‘잇츠 대전’(It's Daejeon)에서 ‘대전이즈유’(Daejeon is U)로 변경했다.
또한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하여 대전 토토즐 페스티벌을 비롯한 행사를 강화했고, 대전 원도심 근대문화 탐방 여행 등의 테마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성공적인 도시 정체성의 확보는 도시의 브랜드를 지역 공동체와 함께 만들고 지역성을 회복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원칙이 지켜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 수세대를 살아왔던 건축과 공간을 탐구하며 건축과 도시가 주는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시간을 갖고 시민과 공유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도시 공간의 구성과 가로 경관, 권역별 장소 성, 공공디자인까지 서로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하나의 통일된 도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사업 주체는 지역의 전문가와 시민과의 연대를 가장 중요시해야 한다. 공공건축가 제도를 시행하는 원년으로서 전문가와 관은 생활 SOC 사업과 같은 공공건축의 빠른 시행보다는 지역민과 함께 대전의 지역성에 대해 고민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것에 힘쓰는 것이 훨씬 대전의 지역성을 살릴 방법이라 생각한다.
또한 대전이 가지고 있는 교통과 과학을 접목한 다양한 콘텐츠를 트램 정류장이나 둔산 센트럴파크, 베이스볼 드림파크, 원도심 역사문화거리 조성 등 대전시가 추진하는 공공사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타 지자체와의 차별화를 완성 시켜야 한다.
특히 트램 정류장의 '대전다운' 차별화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 생각한다. 단순한 승하차를 위한 정류장이 아닌, 시민들이 편히 쉴 수 있고, 정보를 습득할 수 있고, 더위와 추위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할 수 있고, 디자인도 차별되는 대전만의 랜드마크적인 정류장을 기획한다면 주변 지역의 활성화를 더욱 빨리 앞당길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며 중요한 관광요소로 부각될 것이다.
'노잼' 대전을 '즐잼' 대전으로 바꾸는 일에 많은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자리를 기대해 본다./김용각 대전시건축사회장/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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