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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 제공 |
이용재 지음│정이용 그림│반비
세상 대부분의 전문 분야에는 '금손'과 '똥손'이 있다. 노력해서 안 되는 건 없다지만 1만 시간의 법칙을 제외한다면, 누군가는 유난히 무언가를 잘 만들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상하리만큼 잘 만들지 못한다.
요리는 금손과 똥손의 차이가 큰 분야 중의 하나다. 1만 시간의 법칙까지 갖춘 어머니의 금손이 내는 맛은 언제나 똥손의 입맛을 기대게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2019년을 기준으로 전체 가구 수의 29.3%인 600만명이 혼자 사는 나라다. 혼자 음식을 조리해 먹는 인구는 상당하고, 이에 맞춰 혼밥 레시피나 각종 반조리 식품들에 관한 정보가 인터넷과 유튜브에 넘쳐난다. 하지만 막상 조리의 기본이 돼야 할 도구들에 관한 조언은 찾아보기 어렵다. 조리에 대해 전혀 훈련받아본 적이 없는 초심자가, 기본 도구에 대한 궁핍한 정보를 안고 곧바로 생계형 조리의 전선으로 투입되는 일은 허다할 것이다.
이용재 음식 평론가의 책 『조리도구의 세계』는 요리에 관한 수많은 정보들이 유통되고 있는 이 시점에, 전통적인 조리 환경이 아닌 새로운 자가 조리 환경에 적용될 수 있는 많은 원칙들을 정리해 최대한 간결하고 단순하게 전달한다. 저자는 모든 도구들을 아우르면서 실용적이고 실질적으로 가이드한다. 지금 쓰고 있는 가위가 '자르는 날'과 '받쳐주는 날'로 구성된 조리용 가위가 맞는지, 도마를 사용할 때 왜 바닥에 젖은 종이 행주를 깔면 좋은지, 생선가시를 발라낼 때 장점이 폭발하는 포크의 매력 등, 도구에 대해 갖고 있던 궁금증과 편견이 녹아내린다. 요리 똥손에게 조리 실력의 발전 가능성을 맛보게 해 줄 것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책은 맛, 시간과 물리적 한계, 예산, 조리 숙달도, 위생 등 수많은 현대적 관점과 기준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효율적이고 행복한 조리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대인이라면 더 이상 무감각할 수 없는 '환경적인 이슈'에 관한 고려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행복하고 효율적인 요리 생활을 위한 콤팩트 가이드'라는 부제는 이 책이 지향하는 바를 잘 요약하고 있는 셈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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