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심수봉의 '사랑밖엔 난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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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 심수봉의 '사랑밖엔 난 몰라'

  • 승인 2020-03-09 09:56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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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제공
지난 주말에 가족들이 대전에 왔다.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이때 나의 엄마와 언니가 과일과 먹을 걸 싸들고 딸과 동생의 안위가 걱정돼 나의 집에 쳐들어 온 것이다. 구순인 엄마는 치아가 시원찮아 밥을 먹는데 애를 먹는다. 인플란트를 했지만 질긴 고기는 엄두도 못낸다. 그래서 밥먹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외식을 해도 늘 엄마의 밥에 맞춰 먹어야 한다. 좀더 씹기 편한 부드러운 음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내가 사는 동네엔 와플 가게가 있다. 얼마 전에 오픈했는데 코로나19 발생과 맞물려 지나갈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다행히 간간이 손님이 드나들고 달달한 냄새가 솔솔 풍겼다. 토요일 그 앞을 지나가다 언니가 와플 한번 먹자고 해서 들어갔다. 와플이 구워지는 동안 달콤한 냄새가 콧구멍 속으로 들어왔다. 가게 운영자가 젊은 남녀였는데 출입문 밖에 스피커를 설치해 음악을 틀어 놓았다.

따끈한 와플이 나왔다. 와플을 처음 먹는 엄마는 신세계를 접한 표정이었다. 내가 봐도 엄마 입맛에 맞았다. 눈처럼 하얀 크림과 시럽을 듬뿍 얹은 와플이 엄마의 입맛을 무장해제시켰다. "정말 맛있구나. 이렇게 맛있는게 있다니." 엄마는 계속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때 출입문 밖 스피커에서 심수봉의 '사랑밖엔 난 몰라'가 흘러나왔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노래였다. 예전에 노래방에서 누구나 한번쯤 불렀던 노래. 그런데 지금 와플 가게에서 와플을 와그작 와그작 씹어먹으며 '사랑밖엔 난 몰라'를 듣고 있다니. 기분이 묘했다. 바이러스로 한산한 거리를 보며 와플을 먹는 내 마음이 처량하고 우스웠다. 심수봉의 독특한 창법의 노래를 처음 접했을때 적응이 안됐었다. '그때 그사람'을 들으며 뭐 이런 노래가 있나, 이 가수 목소리 정말 이상하다…. 그렇지만 자꾸 들을수록 매력적이었다. 특히 '사랑밖엔 난 몰라'는 심수봉과 잘 어울린다. 사랑밖에 모르는 여자의 애절함. '얼굴도 아니 멋도 아니아니 부드러운 사랑만이 필요했어요~.' 와플만큼 이 노래도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쏴랑밖엔 난 몰라~.'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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