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를 주제로 한국 대표작가들이 단편을 모았다. "당신이 생각하는 몬스터는 어떤 모습인가요"라는 질문에 손원평, 윤이형, 최진영, 백수린, 임솔아 작가가 각자의 스타일로 써 내려간 작품들이다.
흥미로우면서 묵직하다. 작가들은 몬스터는 지하실이나 철장 속에 있는 것,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인식이나 내면에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하는 날카로운 통찰을 소설에 담았다.
"옳음은 두려움으로 만들어져 있지. 옳지 않은 자, 그른 자가 될 거라는 두려움. 그래서 무리에서 배제될 거라는 두려움. 사람들은 그것을 양심이라 부르지만, 이번 일에서 우리가 본 그 양심들은 과연 굳고 단단하고 흔들림 없는 것이었을까"라고 윤이형 작가는 말한다.
'안녕 주정뱅이'이후 4년 만에 돌아온 단편 소설집으로 돌아온 권여선 작가의 신작이다. 8편의 소설에는 각자의 사연으로 힘겹게 삶을 이어가는 인문들의 이야기가 권여선 작가 특유의 예리하고 서늘한 감각이 살아있는 문장으로 담겼다.
세상의 폭력 아래 기울어진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보고 있자면 분노처럼 슬픔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인물들이 가진 도망칠 수 없는 불행에 그치지 않고, ‘모름과 아직’이 주는 공백을 통해 끝이 아닌 ‘이 다음과 그 너머’를 예고하는 사려 깊은 따스함이 이 소설에 베어 있다.
권여선 작가는 책 제목에 대해 "아직 멀었지만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직 멀었음에도 지금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정희진 작가는 "당신은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질문에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고 답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몸으로 삶을 살아내는 것이었다. 약자로서 적과 싸우는 무기로 선택한 것이 바로 글쓰기라는 말이다. 작가는 스스로 나쁜 사람이 되지 않으면서 품위를 지키며 매일 글을 써 나간다.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지 않기 위해서다.
63편의 서평에는 칼날을 손에 쥐로 썼다는 느낌이 생생하다. 작가가 읽은 책을 매개로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면서 그 안에서 고통받고 방황하는 작가만 존재한다.
작가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한다. 그 시기를 전후로 분노의 이유, 분노의 대상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가해자의 피해 의식이나 권력자의 분노는 규범이고, 약자의 억울한 감정만 분노로 규정된다고 말하는 작가는 "약자들이여 마음껏 분노하라, 한 번도 분노하지 않은 것처럼"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유유출판사의 말 시리즈는 주제를 담은 문장과 작가의 통찰을 엮은 시리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프리랜서 편집자의 일상과 고민이 담겼다.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그다음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는 말처럼 되풀이하는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습관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데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 책은 삶을 지탱할 뿌리를 형성하고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삶을 살기 위해 수집한 습관에 관한 문장을 엮었다. 일반적인 성공론이 아니라 좋은 습관의 힘을 이야기하면서 습관 만들기의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고백하는 책이기도 하다.
경이로운 과학 원리나 자연의 신비를 이야기하는 과학책이 아니다. 사회 속의 과학을 이야기한다. 사회 속에서 과학 기술은 우리 삶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데도 어렵다는 이유로 시민들이 과학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 책은 과학이 어렵더라도 피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과학 기술은 국가, 자본, 노동이 힘겨루기를 하는 정치의 장으로 시민과 과학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과학을 악용해 제 잇속을 채우려는 이들이 활개 치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과학을 모르는 시민이 과학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한다. 플라스틱, 자율 주행차, 인공 지능 등 다양한 주제로 과학기술을 둘러싼 통념을 깨워준다.
정리=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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