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대전시장 |
60년 전인 1960년 자유당 독재정권에 대한 전국적인 저항운동이 일기 시작했다. 그해 2월 28일 대구의 고등학생들이 거리로 나갔지만, 가혹한 경찰 진압으로 저항은 사라지는 듯 했다.
다시 불씨를 살린 것이 대전이다. 3월 8일 1000여 명의 대전고등학교 학생들이 결의문을 선포하고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이번에도 경찰의 무차별적인 구타와 연행이 있었지만, 굴복하지 않았다. 대전상고 학생과 시민이 합세해 1600명이 사흘간 시위를 이어갔다. 대전의 투쟁은 3·15 마산과 광주로 이어졌고, 4·19혁명으로 승화돼 마침내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다.
3.8 민주의거는 대전·충청 민주화 운동의 효시이자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이끈 위대한 발걸음이다.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것은 후대의 책무다. 2007년 대전 둔지미 공원에 '3.8 민주의거 기념탑’을 건립하고, 2013년에는 대전고 교정에 ‘3.8 민주의거 기념비’를 세웠다. 정부도 2018년 3.8 민주의거를 국가기념일로 기정했다.
의거 60주년인 올해 정부와 대전시는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계획했지만, 감염병 확산 방지 차원에서 축소를 결정했다. 다만 그날의 민주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각종 기념사업을 계속 진행한다. 뜨거운 함성과 발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대전고와 원동네거리 구간을 3.8민주의거 명예도로로 지정했다.
민주운동 정신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 '3.8 민주의거 기념관' 건립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또한 역사 홍보, 기록, 정신계승 등 3개 분야에 대해 종합적인 기념사업을 추진한다. 숭고한 정신이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도 준비 중이다.
대전시는 3·8민주의거 뿐만 아니라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신 모든 애국지사와 의사자, 참전용사, 그리고 유족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그 분들은 합당한 예우를 받을 권리가 있고, 우리 사회는 거기에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은 "빈곤 국가의 공통점은 그 사회의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회발전과 경제성장 동력으로 기술과 자본이 아닌 자유와 역량, 정치참여, 언론자유, 교육기회를 꼽았다.
본격적으로 경제개발을 추진한 지 불과 60년 만에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GDP가 3만 불을 넘는 세계 11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2차 세계대전 후 신생 독립 국가로서는 유일하게 선진국으로 도약한 나라다. 대한민국의 경제성과는 의로운 시민들의 희생으로 쟁취한 민주주의 토대에서 자랐다.
60년 전 청년들은 희망이 있는 미래를 위해 싸웠다. 고귀한 헌신은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촛불혁명까지 역사의 변곡점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낸 원동력이자 풍요로운 한반도로 키운 밑거름이 됐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그 청년들의 희생정신을 깊게 새겨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다.
군부독재와 권위주의에 맞섰고, 지금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고자 일하는 한 사람으로서 자유와 정의가 바로 선 사회만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 지금도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냐'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런 분들께 '민주주의야말로 돈을 벌어주고, 따뜻한 밥을 주는 최선의 선택지'라고 힘주어 답하고 싶다.
허태정 대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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