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실망 그 자체였다. 입체교차가 아닌 평면교차방식이라서가 아니다. 입체교차방식을 채택했어도 교통혼잡 문제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사실은 익히 알고 있던 터였다. 어떤 형태든 진입부의 교차점과 인접 교차로까지 거리가 300∼400m에 불과해 대기열로 인한 혼잡은 불가피하다. 다시 말하면, 교통문제는 처음부터 교량 건설로는 풀 수 없었다는 얘기다.
필자가 정말 안타까운 것은 교통문제에 집중하다가 정말 중요한 문제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사콤은 사업비 6,300억원이 투입되는 대전의 대표적인 상업공간 조성사업이다. 그러나 상업공간만으로는 부족하다. 상권이 살아나고, 도시의 명물이 되는 곳은 일정한 방정식이 있는데, 이질적인 기능을 연결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각각 떨어져 있을 때 1이라는 장점을 가진다면 연결했을 때는 2가 아닌 3인 되는 그런 곳 말이다. 상업공간은 공원기능이 있으면 보완되고 공원기능은 상업기능과 만날 때 상승작용이 폭발하기 때문이다.
런던의 명물로 떠오른 밀레니엄교가 그렇고 서울의 가로숫길이 그렇다. 밀레니엄교는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과 세인트 폴 대성당을 연결하는 보행자전용 교량인데, 건설하자마자 런던의 명물로 떠올랐다. 각각 떨어져 있던 상업과 여가 공간을 연결해 성공한 것이다. 가로숫길은 서울에서 가장 활성화된 상업가로 중 하나다. 상업과 공원(한강), 전철이 어우러져 사람을 불러모으고 보행 욕구와 여가기능이 적절히 조합되어서 성공한 것이다.
마침, 사콤 바로 건너편에는 대전이 내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랑거리 중 하나인 한밭수목원이 자리하고 있다. 훌륭한 공원이자 예술의 전당과 미술관까지 품고 있다.
만약 교량이 2지점을 연결해야 한다면, 어떤 지점을 연결해야 하는가? 연결해봐야 크게 쓰임새가 제약되는 도로를 연결할 것인가? 아니면, 쇼핑몰과 대전의 자랑거리를 연결해 상승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작은 기능에 집착해 숲을 보지 못하고 너무나 훌륭한 보석을 양안에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 보석을 연결하는데, 소홀한 것이 아닌가 싶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사콤은 일정한 상권은 될지 몰라도 녹지가 부족하다. 그 상업기능이 지역경제로 이어지고 확산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한밭수목원은 훌륭한 녹지와 공연시설을 갖췄지만, 그것만으로는 사콤에 모인 사람들을 유인할 수 없다. 두 기능이 공간적으로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행육교는 각각의 단점을 보완하는 훌륭한 대안이자 상징물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현재도 제2엑스포교에 보행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교량 난간에 덧붙여진 부수기능일 뿐이다. 인접해 엑스포교도 있다. 역시 접근성면에서 보행수락 거리를 초과하기 때문에 상호 연계되기 어렵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입체적으로 분리된 보행교로 만드는 것이다. 보행교 자체가 작품이자 볼거리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걷는 동안의 즐거움을 위해서 말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최대한 분리된 형태로, 차도와는 이질적인 형태로 두 기능을 연결할 필요가 있다.
한밭수목원과 제2엑스포교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갑천고속화도로를 넘어야 하고, 수목원과는 단차도 있다. 그저 조잡하게 연결되지만 않아도 그나마 다행이겠다.
공사가 시작된 시점에서 어떤 것이 최선인지는 모르겠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사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의 조감도가 보여주는 모습은 훌륭한 잠재력을 놓치고 대전의 대표적 상징물을 분리해 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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