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아장희의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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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 아장희의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

  • 승인 2020-03-02 10:21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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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10년 전이었나. 큰 맘 먹고 울릉도에 갔다. 전부터 울릉도에 가고 싶었던 차라 설렘이 컸다. 울릉도에 가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이장희 때문이었다. 가수 이장희가 울릉도에 별장을 짓고 산다길래 혹시 만날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서였다. 결론은 만나지 못했다. 울릉도에 닿자마자 물어보았다. "가수 이장희가 울릉도에 살죠? 지금 있을까요?" 슈퍼 아줌마는 심드렁하게 얘기했다. "미국 갔대요." 아, 나의 바람은 동해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휘리릭 날아가 버렸다. 설사 이장희가 울릉도에 있더라도 날 만나줄 리 만무하지만 어쨌든 이장희 없는 울릉도 여행은 허탈했다. 어릴 적 이장희의 멋진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때 김자옥과 둘이서 찍은 부라보콘 광고였을 것이다. 어린 나는 그들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짜 애인사이라고 생각했다. 화사한 미소의 김자옥과 콧수염을 기른 이장희. 선남선녀였다. 거리에서 다정하게 부라보콘을 먹는 모습이 부럽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장희였으니까.

풍운아 이장희가 오래전 토크 프로에서 고백했다. "돈, 여자, 명예 원없이 가져봤지만 허무하더라. 대자연의 품에서 안주하게 되더라." 다 가져본 자만이 할 수 있는 얘기다. 가죽자켓과 콧수염 그리고 오토바이. 청춘의 아이콘 아닌가. 70년대 청년문화의 기수 이장희는 음악적 재능도 뛰어났다. 자연스런 일상을 노래한 노랫말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는 젊은 시절 발표한 곡이다. 이 노래를 이제는 황혼기에 접어든 이장희가 부른다. 삶에 대한 허무와 쓸쓸함이 묻어난다.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 난 그땐 도대체 어떤 모습을 할까...그때도 울 수 있고 가슴 한구석엔 아직 꿈이 남아있을까~.' 영원한 청년 가수는 어느새 미간에 주름이 잡히고 눈빛은 한층 깊어졌다. 하지만 꿈많은 청년의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으리라. '가끔은 두 주먹으로 벽을 두들겨댔지만 가슴속엔 아직 꿈이 남아있었지~.' 나의 영원한 연인 이장희.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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