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4차산업혁명특별시 완성을 위해 혁신성장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덕특구 내 우수한 기술과 인력이 창업.성장을 견인하는 혁신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이성희 기자) |
4차산업혁명특별시 완성과 대덕특구리노베이션 등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한 대전의 재도약의 한 가운데는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이 있다. 양 이사장은 4차산업혁명특별시 완성을 위해 혁신성장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덕특구 내 우수한 기술과 인력이 창업·성장을 견인하는 혁신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는 2023년 대덕특구 조성 50년을 앞두고 변화의 밑그림을 제시하는 대덕특구 리노베이션도 같은 맥락이다. 30년간 공직자로서 국가 과학기술 정책 방향을 결정, 실행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전과 국가의 혁신성장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는 양 이사장을 만나 대덕특구와 대전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과학기술계의 역할이 또 한 번 중요해진 시점인데 감염병 바이러스와 관련해 진행 중인 연구와 성과가 있다면 말해 달라.
▲신·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과 관련 과학기술계는 진단기술·백신·치료제 개발 등 의료 현장에서 쓰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후보물질을 개발해도 동물실험과 임상시험 등의 절차를 거쳐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최소한 수개월은 걸린다. 지금과 같이 바이러스가 급속하게 확산하는 시기에 과학계는 바이러스를 신속하게 대량으로 진단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무증상 감염자나 전체 면역도를 평가할 수 있는 진단법을 개발해 팬데믹(두 개 이상의 대륙에서 전염병이 발생해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상태)을 막으려는 의료계의 노력에 힘을 보태야 한다.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4차산업혁명특별시 완성을 위해 혁신성장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덕특구 내 우수한 기술과 인력이 창업.성장을 견인하는 혁신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이성희 기자) |
▲연구소기업은 2006년 제1호 콜마비앤에이치㈜ 설립 후 정부의 기술사업화 활성화 정책으로 최근 3년간 552개가 신규 설립되는 등 크게 확대돼 현재 907개에 도달했다. 2018년 말 연구소기업의 기준 총매출액은 5507억 원가량, 고용은 3470명으로 최근 3년간 각각 평균 20%, 35%가 증가했다. 연구소기업의 창업 5년 후 생존율은 66.7%로 일반기업의 28.5%에 비해 높고 고용효과도 평균 5.4명으로 일반기업 3.27명에 비해 우수하다. 작년에 두 개의 기업이 코스닥에 새로 상장되는 등 최근 연구소기업의 성장세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총 세 개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했다. 앞으로 특구진흥재단은 연구소기업의 상장을 포함해 투자유치, 글로벌 진출, 인수합병(M&A) 등 기업들의 비약적인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다양한 육성 전략을 마련해 나가겠다.
-코스닥 상장 기업이 모두 바이오 관련 분야다. 대전시가 대덕특구를 보스턴형 바이오 특화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완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나.
▲세계적인 혁신단지들은 발전해온 역사와 주변의 과학기술 역량과 산업적 환경이 다 다르기 때문에 겉모습만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 지역 고유의 혁신모델을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는 하버드대, MIT 등 우수한 연구기관-글로벌제약회사(빅파마)-벤처기업 등이 벨류체인 속에서 함께 가치를 만들어 내는 혁신생태계가 잘 갖추어져서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 잡은 것이다.
대전에는 생명연·화학연·KAIST·충남대·충남대병원·건양대병원·을지대병원 등 우수한 연구·의료자원이 있는데 이들의 연구역량을 모아서 시장과 연결하는 제약회사 등 바이오헬스 관련 회사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생명연-KAIST-충남대의 접점 공간에 'Bio-실험실창업캠퍼스'를 구축하는 것을 제안한다. 먼저 공간의 핵심구역에 실험실 창업의 전 과정에 필요한 공용 실험실·기기장비·검증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랩센트럴 같은 '실험실창업허브'를 구축하고 생명연·화학연·KAIST·충남대·대학병원 등이 함께 참여하는 (가칭)'바이오R&D대연합'을 구성해 산업화·인력양성·의료데이터 수집 등을 공동으로 추진, 비즈니스와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충남대·KAIST·생명연 등의 여유 공간을 택지개발회사를 통해 바이오혁신단지로 개발해 제약회사 연구소·바이오헬스회사·액셀러레이터·VC 등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바이오헬스산업 벨류체인 속에서 함께 혁신활동과 기술사업화 과제를 수행한다면 세계적인 바이오혁신단지가 될 수 있다. 대덕특구 리노베이션 마스터플랜에도 이런 내용을 담아 추진할 계획이다.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4차산업혁명특별시 완성을 위해 혁신성장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덕특구 내 우수한 기술과 인력이 창업.성장을 견인하는 혁신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이성희 기자) |
▲4차산업혁명특별시가 구호로 그치지 않으려면 먼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전시가 그리는 미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조망하고 4차산업특별시 대전의 비전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이러한 비전 아래 장단기 목표를 세우고 관련 기관들이 힘을 합쳐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도시 문제를 지역 사회가 리빙랩을 통해 함께 해결하고 도시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자유롭게 공유, 활용해야 명실상부한 4차산업혁명특별시가 될 거다. 대덕특구에 있는 우수한 기술과 인력이 지역에서 창업과 성장을 견인하는 혁신 생태계가 조성되고 AI·빅데이터 등 첨단기술 등을 활용한 기술혁신과 오픈이노베이션 환경이 구축된다면 대전시의 혁신성장이 이루어지고 4차산업혁명특별시 대전의 비전이 달성될 것이라고 본다.
-대전시가 관심 있는 분야가 바이오라면 중앙정부는 AI에 관심이 크다. 지난해 정부의 AI 국가전략 발표와 세계적 흐름에 따라 AI가 산학연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대덕특구도 그에 따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가.
▲데이터가 돈이 되는 세상에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자기의 비즈니스에 AI를 적용해 경쟁력을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특구재단은 AI 도입 의지는 있으나 방법을 모르는 기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AI 도입을 희망하는 기업 40여 개를 대상으로 교육과 컨설팅을 통해 문제 진단과 해결 방법론을 도출하고 이후 AI 솔루션 제작과 연구과제 지원 등을 통해 기업들의 AI를 적용한 신제품 개발과 제품 혁신을 돕고 있다. 향후 ETRI 등 연구기관과 협력해 특구 내 IoT 플랫폼 구축, 공간정보 제공 인프라 등을 확충하고, 더 많은 기술혁신 기업들이 AI 기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전시는 스마트시티 운영 통합플랫폼을 조속히 구축해 교통·에너지·상하수도 시스템 등과 연결하고 여기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기업들이 자유롭게 공유·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대덕특구와 대전시가 기업들의 AI 기술 적용과 인프라 구축에 함께 노력한다면 대전시는 데이터산업 선도 도시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대덕특구 리노베이션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말 구상안 보고 당시 여러 의견을 잘 듣고 담겠다고 했다. 이후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특구 구성원이 공감하는 실행 가능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추진 중이다. 1단계 기본구상 연구를 통해 추진 방향과 거시적 구상안을 마련했고 2단계로 올해 말까지 실행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다. 기본구상 단계에서는 자문위원회의 자문과 연구자와 지역주민 설문조사, 관계 전문가 의견청취, 특구 구성원과 함께한 보고회 등을 거쳐 초안을 마련했다.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위해 과기부, 대전시 등과 함께 특구 내 주요 이해관계자 그룹별로 심층 인터뷰를 3회에 걸쳐 추진했으며 특구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리노베이션 기본구상 자료를 공유하고 상시 의견수렴 창구를 마련하는 등 온·오프라인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 추진되는 2단계 실행방안 연구 시에도 자문위원회 자문·관계기관·전문가 TFT와 온·오프라인 의견수렴 등을 통해 대덕특구의 실질적 주체들이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마스터플랜이 되도록 하겠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고통을 받는 이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나부터, 우리 기관부터 정부의 행동 지침을 잘 따르고 작은 힘이라고 보태겠다. 빨리 일상으로 돌아와 대전이 대한민국 혁신성장의 거점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대덕특구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열심히 노력하겠다. 대담=오희룡 교육과학부장·정리=임효인·사진=이성희 기자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충남고와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화학공학 석사, 퍼듀대 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양 이사장은 지난 1986년부터 30년간 과기부 등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공직생활 끝 무렵인 2016년부터 2017년 10월까지 국립중앙과학관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과학관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18 1월부터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