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위하여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위하여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 승인 2020-03-02 09:05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송복섭 교수
송복섭 교수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청과물과 농수산물의 도매를 위해 지자체가 관할구역에 개설하는 시장이라고 법이 정하고 있으며, 산지와 소비지 간의 직거래로 유통마진을 농어민 소득으로 돌리면서 신선한 농수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한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법으로 정하는 만큼 웬만한 큰 도시는 모두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소비자로서 이용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름과도 같이 도매를 중심으로 시장이 운영되다 보니 일반인들은 명절 즈음이나 집에 손님이 오는 특별한 날들 외에는 그리 자주 찾지를 못하는 형편이다. 고속도로 등 간선교통 여건이 나은 곳에 입지하다 보니 도심 외곽에 자리하는 관계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동차로 이동하려면 웬만한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오랜 전통시장은 도시 중심에 자연스레 터를 잡아 명맥을 유지하지만, 도시가 확장되면서 도매시장은 외곽 교통목이 좋은 곳으로 쫓겨나기 마련이다. 서울의 가락시장도 유통시설 근대화와 구조개선이라는 명목으로 1980년대 중반 지금의 자리로 물러났고, 인천은 불과 26년 만에 구월동 시대를 마감하고 남촌동으로 이전하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는 중이다.

대전에도 두 곳의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있다. 오정동은 1987년 문을 열었고 노은동은 2001년 개장했다. 중부권 교통 요충지로 물류유통이 유리하면서도 시내 중심권에 위치해 도매상뿐 아니라 소매상에도 유리한 접근환경을 특징이자 장점으로 꼽고 있다. 두 군데 모두 대전을 동서로 관통하는 가장 넓고 긴 한밭대로에 접하면서 오정시장은 한밭IC로 천변도시고속화도로와 연결되고, 노은시장은 유성IC 뿐만 아니라 세종과 연결되는 BRT와도 접한다. 간선도로는 그렇다 치고 도시철도 1호선 월드컵경기장역은 월드컵경기장보다 노은시장에서 지척이다. 오정시장도 조만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닿을 예정이다.



혹자는 이렇게도 얘기한다. 도매시장은 간선교통 여건이 가장 좋은 도시 외곽에 위치해 도매기능에 최적화되게 운영해야 한다고. 그러나 그것은 개발시대 ‘속도 강박증’에 기반을 둔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고 감히 지적하고 싶다. 이제 더 이상 물류는 거점 중심의 유통체계만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미 인터넷시장은 소비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으며 직거래와 협동조합 방식의 소비문화도 점점 확대일로에 있다. 물건을 어디에서 사서 오는지보다는 어떻게 사는지가 더 중요한 관심사가 돼가고 있다.

그렇다면 도심에 있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할까. 원스톱쇼핑이 가능한 핫플레이스로 탈바꿈해야 한다. 넓은 공간에 농수산물뿐만 아니라 축산, 화훼, 식자재 등 여러 품목을 한 곳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휴식과 문화생활까지도 가능하다면 그야말로 도시의 명소로 재탄생할 여건을 충분히 갖춘 셈이다.

누군가는 또 이렇게 반박할 수도 있다. 화물차가 들락거리며 물건을 상·하차하느라 위험한 상황에 소비자를 섞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그러나 도매활동이 이뤄지는 시간은 심야나 새벽이고 일반 소비자들은 낮에 집중하기 때문에 적절한 관리만 잘 이뤄진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종일 열려 있는 핫플레이스로서의 조건을 더할 뿐이다.

농수산물도매시장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명소가 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일도 만만치 않게 남아있다. 쓰레기가 널리고 악취가 나는 환경은 조속히 고쳐져야 하고 시설물도 방문객을 산뜻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깨끗하게 단장해야 한다. 혹여 장애인 접근에 문제는 없는지 외부로부터 눈에 띄는 데 방해 요소는 없는지 야간의 조명은 적절한지 등도 살펴야 한다.

얼마 전 킹그랩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기에 가까운 농수산도매시장에 들렀다. 물건은 이미 동났지만, 횟감과 매운탕거리를 사와 행복한 저녁을 보냈다. 혹여 거래가격 등락폭에 따라 저렴한 수산물을 쉬이 구할 수 있을까 해서 명함을 한 장 받아왔다. 빨리 코로나19가 진정하기를 기다려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