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화목한 가족 공동체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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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화목한 가족 공동체가 되려면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 승인 2020-03-02 11:14
  • 신문게재 2020-03-03 23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 사업단장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지구촌이 들썩이고 있다. 중국과 이웃한 우리나라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신천지의 비협조로 인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이럴 때일수록 3·1정신으로 온 국민이 합심해 극복해야 한다. 안전수칙 준수와 다중이용시설 출입 자제는 필수다. 하지만 코로나19 덕분에 온 가족이 집에서 함께하는 시간은 많아졌다. 이런 기회에 가족 공동체에 대해 다함께 생각해 보면 어떨까.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 혹은 '때가 돼서'라는 의미가 많이 퇴색된 듯하다. 성인이 되면 결혼하고, 결혼하면 아이를 낳는 것을 당연시하던 모든 생활 패턴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탓이다. 한국에선 복지의 주체가 가족이다 보니 가족 구성원에게 실직, 건강, 이혼, 가정폭력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가족 전체가 위험해진다. 가족의 나머지 구성원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이 우리 가족, 즉 '가족은 마지막 보루'라는 믿음과 개인을 가족 집단과 동일시하는 현상을 강화했다.

올해부터 전국의 가구 유형 중 1인가구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의 1인가구 비중은 약 30%였는데 30년 후에는 37%로 10가구 중 4가구가 독거 가구가 되리란 예상이다. 최근 나홀로가구가 점차 늘어나면서 몇 년 후에는 1인가구 비중이 더욱 커져 현재 결혼하지 않은 2030 세대가 30년 후 독거노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1인가구의 가구주 연령도 빠르게 올라갈 전망이다. 1인가구가 많아질수록 가족 간의 사랑을 논한다는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어린 소녀가 양손에 사과를 들고 있었다. 이 아이의 엄마가 "지금 너에게 두 개의 사과가 있으니 그중 하나는 엄마 줄래?"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이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왼손의 사과를 한 입 베어 문다. 그리고 엄마를 빤히 바라보다가 이번에는 재빨리 오른쪽 사과도 한 입 베어 무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이 아이 엄마는 깜짝 놀랐다. 자기 아이가 이렇게 욕심이 많은 이기적인 아이였나 싶었던 거다. 여기서 독자에게 질문을 드린다. 과연 "이 어린 소녀는 어떤 아이일까?"



이때 반전이 일어난다. 아이는 잠시 후 왼손을 내밀면서 이렇게 말한다. "엄마, 이거 드세요. 이게 더 달아요." 아직도 이 아이가 욕심 많은 이기적인 아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이 아이는 진정으로 나눌 줄 아는 사랑 가득한 아이다. 이 아이는 욕심 많은 아이가 아니라, 오히려 자기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눌 줄 아는 사랑스런 아이다. 그런데 만약 엄마가 양쪽 손에 들려있는 사과를 다 베어 무는 아이에게 곧바로 "너는 왜 이렇게 욕심이 많니?" 하며 화를 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아이는 크게 실망하고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이처럼 섣부르게 판단하고 행동하게 되면 그 자리에는 아픔과 상처가 남을 수밖에 없다.

근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부모와 아들 하나, 딸 하나 혹은 아들이나 딸 둘을 둔 가족을 정상 가족이라 간주해왔다. 어떤 연유에서든 부모가 한 가족의 테두리 안에 존재하지 않을 때는 쉬쉬하며 사는 게 그나마 차가운 시선을 피하는 길이었다. 가족 해체를 말하면 우선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낸다. 하지만 이는 전근대적인 집단으로서의 가족을 뜻하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현대 사회상에 맞는 새로운 가족관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가족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개인이 희생되는 애처로운 가족이 아니다. 새로운 가족은 각자가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함께하는 밝고 건설적인 가족이다.

힘들더라도 조금 더 참고 기다려주는 것이 사랑이다. 특히 자녀에겐 더욱 그렇다. 부모의 자식을 향한 내리사랑은 끝이 없다. 대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기에 사랑은 오래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한마음이 되어 새로운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새로운 도덕도 만들어진다. 자주 다니다보면 그 곳으로 새 길이 생기기 마련이다. 화목한 가족 공동체가 모여야 건강한 사회와 국가를 만든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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