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의료원장 |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바이러스는 인류와 공존하는 생명체다. 전에도 현재도 앞으로도 우리 인류와 함께할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진화하듯 바이러스도 계속 변화한다. 명심해야 할 것은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와 같은 변종 바이러스는 4∼5년 간격으로 계속 발생하고 있다. 강력한 태풍이 몇 년 주기로 우리나라를 덮치는 것과 비슷하다. 어떤 태풍은 큰비를 몰고 오고, 어떤 때는 강한 바람을 몰고 온다. 우리는 그때마다 상황에 맞게 대비책을 마련한다. 태풍이 예고되면 재난 방송에 귀를 기울이며 집 안팎을 살피고, 배수구를 청소하며, 간판이나 지붕을 단단히 고정하고, 산사태에 주의한다.
그리고 가능한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하는 것이다. 그런데 태풍 경보 중에도 계곡에서 야영하거나 밭에 나갔다가 사고를 당하는 사람도 있다. 안전 불감증에서 오는 이러한 사고들은 안타깝게도 모두 피할 수 있는 것들이다.
결국 따지고 보면 이번 코로나19 사태도 자연재해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태풍은 독감이고 강력한 태풍이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같은 것이다. 어떤 바이러스는 전파력은 높으나 치사율은 낮을 수 있고, 어떤 종류는 전파력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중증도가 높은 경우가 있다. 그러면 우리가 이러한 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바이러스라는 태풍에 대비하는 것은 전문적이고 복잡한 예방의학이 아니다. 간단한 공중 보건 생활 지침을 지키는 것이다. 또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음주와 흡연을 삼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의심될 때는 외출을 삼가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아야 한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요인을 살펴보면, 증가한 해외여행과 사람의 교류가 한몫했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할 때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근본 원인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생활습관과 사회문화적 의식구조, 그리고 보건에 대한 시민의식이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자녀가 독감에 걸려도 학교를 보낸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감기몸살이어도 결근할 수 없는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다. 가족 간에도 마찬가지여서 아이가 학교에서 독감에 걸려오면 모든 식구가 돌아가면서 독감으로 고생한다. 필자 자신도 감기 기운이 있는데도 저녁 늦도록 친구 동료들과 시간을 보낸 적이 적지 않다. 누가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우리 모두 스스로 반성하고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다행히 이번 코로나19는 전염력이 강한지만 중증도나 치사율은 높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미리미리 조기에 진단하고 격리하고 치료하면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제부터는 스스로가 가벼운 감염이나, 위험 요인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확인될 때까지 외출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공공시설의 이용을 삼가는 시민 의식을 가져야 한다. 특히 해외여행을 할 때는 더욱더 신중해야 한다. 한 사람의 그릇된 행동이 수만 명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하루 빨리 이번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학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부의 지시를 따르고 협조해야 하며, 남을 배려하고 스스로 사려 깊은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모든 국민이 평생 올바른 생활 수칙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각급 학교에서는 지속적인 교육을 해야 하고, 정부는 평상시에도 국민에게 자가격리와 같은 상황에서 행동해야 할 지침을 알리고 건강한 시민의식을 키우는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이승훈 을지대학교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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