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미래전략연구센터장 |
캐나다의 이러한 저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국가 전체가 AI 개발에 아낌없이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2017년 3월 세계 최초로 이 분야의 세계적 리더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범캐나다 AI 전략(Pan-Canadian AI Strategy)'을 발표했고, AI 연구와 인재육성에만 2017년부터 2022년까지 1억2500만 캐나다 달러(약 1063억 원) 규모 예산을 배정했다. 이로써 캐나다는 정부 AI 준비도 지수에서 세계 6위, 미국(1만 2027명), 영국(2130명)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인재(1431명)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를 비전으로 2030년까지 디지털 경쟁력 세계 3위(현재 10위), 지능화 경제효과 최대 455조 원 창출, 삶의 질 세계 10위(현재 30위)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그에 앞서 2018년 8월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데이터와 AI를 가장 안전하게 잘 쓰는 나라'의 비전을 담은 데이터·AI 경제 활성화의 이정표도 제시했다. 국내 기업들의 투자도 활발하다. 삼성은 세계 5개국에 7개 AI 연구센터를 설립, 우수인재 확보에 적극적이며, 네이버는 AI R&D를 위한 네이버랩스를 설립해 생활환경지능 분야 최고를 노린다. 현대와 SK는 AI를 전략 분야로 선정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통신 3사 역시 AI 스피커·스마트 홈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는 왜 데이터를 선점하고 AI 강국이 되려는 걸까?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데이터를 가진 자가 미래를 차지한다'라고 설파했고, 세계 IT업계의 거물인 손정의는 'AI 시대의 도래는 피할 수 없다. 늑대의 야성을 지니고 AI 시대를 준비하는 사람만이 밝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라고 얘기한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문명사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기능도 수행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그 결과 AI는 단순한 기술적 차원을 넘어 인문사회 등 모든 영역에 걸친 패러다임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얘기로 돌아가자. 전 세계 많은 과학자와 의료진은 인공지능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잠재적 치료법을 식별하고, 기존의 의료 데이터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를 찾고 있다. 국내 인공지능 신약개발기업 디어젠(Deargen)과 강근수 단국대교수 연구팀은 최근 시판 중인 항바이러스제를 AI 분석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제를 예측한 결과를 발표했다. 또 AI를 이용해 유사한 바이러스의 패턴을 관찰하고 새로운 백신을 만들 때 찾아야 할 특성을 추려낼 경우 의사들이 아무 정보 없이 백신을 만들 때보다 훨씬 더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한 매체를 통해 재미 한국인 과학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개발을 완료하고 동물실험에 착수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속 허가 절차를 받아 오는 6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들어가고 연말이면 독감 예방 주사처럼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접종이 가능해질 전망이란다. 그 사이 치료제도 개발돼 하루 빨리 이번 사태가 종식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재욱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미래전략연구센터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