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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정 지음│바람의아이들
밤하늘을 올려다보자. 어느날에는 얇게 빛나는 초승달이 보이기도 하고, 다른 날에는 휘영청 둥근 보름달이 보이기도 한다. 초승달은 십여일의 밤을 지나 보름달이 된다. 그렇다면 초승달은 보름달이 되기 위한 과정에 불과할까?
그림책 『난 그냥 나야』는 초승달이 손톱 모양을 한 것이, 동그란 보름달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초승달은 그 자체로 빛나고 있다. 작은 그릇은 큰 그릇이 되려 하지 않고 멸치도 언젠가 고래가 되기를 꿈꾸지 않는다.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걸 알고 있다.
사람은 어떨까. 우리는 태어났을 때 누구나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에서 출발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점차 사회의 요구에 맞추어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게 된다. 온전한 '나'를 사랑하는 게 매우 낯설고 요원한 일이 돼 버리고 만다. 이런 식으로 고유한 '나'를 잃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엔 진정한 '나'로부터 멀어져 자존감은 낮고 성숙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미래를 살아야 한다고 다그치는 어른들 속에서 성장은 늘 숙제였고 어른이 되어 직업을 갖는 건 얼른 가 닿아야만 하는 목표처럼 느껴졌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그 시간의 곱절이 지나 뒤돌아보니 모든 시절의 나는 그 자체로 온전한 나였"음을 깨닫고 "스스로를 불완전한 존재라 느끼며 무언가를 향해 허우적대던 그 시절의 나도, 지금의 나도 그 자체로 존중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전한다. 오롯한 '나'를 찾을 수 있는 힘이 느껴진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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