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7강 병입골수(病入骨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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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7강 병입골수(病入骨髓)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02-2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7강 : 病入骨髓(병입골수) : 병이 뼛속 깊이 들어 깊고 중하다.

글자 뜻 은 病(병 병) 入(들 입) 骨(뼈 골) 髓(골수 수)이다. 이 고사는 사기(史記), 편작, 창공열전(扁鵲, 倉公 列傳)에 기록되어 있다.

이는 어떤 상황이든 손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그때는 어떠한 처방도 소용도 없다는 것과 모든 일은 미연에 방지가 꼭 필요하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을 요약해서 살펴보면.

춘추시대 편작(扁鵲)이라는 전설적인 명의(名醫)가 있었다. 편작(扁鵲)의 성(姓)은 진(秦)이고 이름은 월인(越人)이다. 젊었을 때 여관의 관리인으로 일하기도 했다.



객사에 머물던 장상군(長桑君)이란 자의 비방 약을 먹고 투시해서 볼 수 있는 힘이 생겼고 웬만한 질병은 모두 터득했다는 것이다. 명의가 된 편작이 제(齊)나라로 갔을 때의 일이다.

환후(桓侯)라는 제후(諸侯)가 편작을 빈객으로 예우했는데, 편작이 왕을 보더니 "왕께서 피부(皮膚)에 병이 있으니 치료하지 않으면 깊어질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에 환후는 자신에게는 질병이 없다며 벼슬이나 재물을 얻으려는 수작이라고 비난하며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 후 얼마동안 지나다 편작은 다시 환후를 찾아가 "왕께서 혈맥(血脈)에까지 병이 번지고 있습니다.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훨씬 깊어질 것입니다."라고 말했으나 환후는 치료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얼마 뒤에 편작이 다시 찾아가 이제 "왕의 병은 장(腸)과 위(胃) 사이까지 깊어졌으니 신속히 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더 깊은 곳까지 들어갑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후는 편작을 그냥 돌려보냈다. 그리고 다시 얼마 뒤에 편작이 찾아가 환후를 쳐다보고 아무런 말없이 물러나왔다. 이상한 생각이 든 환후가 사람을 보내 그 까닭을 묻자 편작은 이렇게 대답했다.

"병이 피부에 있을 때는 탕약(湯藥)과 고약(膏藥)으로 고칠 수 있고, 혈맥에 있을 때는 석침(石鍼)과 금침(金鍼)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장(腸)과 위(胃)에 있을 때는 약,주(藥,酒)로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병이 골수(骨髓)까지 들어가면 사명(司命 : 인간의 생명을 주관하는 고대 전설 속의 神)도 어찌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병이 골수까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저는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었던 것입니다. (病之居?理也, 湯?之所及也, 在血脈, 鍼石之所及也, 其在腸胃, 酒?之所及也, 其在骨髓, 雖司命無奈之何, 今在骨髓, 臣是以無請也)" 그 후 환후는 편작을 찾았으나 그는 이미 자리를 피해 떠난 뒤였다. 환후는 결국 치료도 받아보지 못하고 죽었다.

이 고사의 유사성어로는 病入膏?(병입고황)나 進退兩難(진퇴양난) 등을 들을 수 있다. 이 고사에서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교훈은 첫째, 모든 일은 사전에 세밀히 검토 후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과 둘째, 추진 중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예비계획을 세워야한다는 것은 필수이고, 세 번째로는 일이 생기면 즉각 조치하고 전문가에게 의견을 듣는다는 것, 그리고 자기주장 만 너무 고집하지 말라는 소중한 교훈을 접할 수 있다.

요즈음 시대는 자기 자신에게 있는 단점을 알고 그 병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매우 적은 것 같다. 모두들 자기는 잘 났는데 세상이 그렇고 사회가 나를 나쁘게 만들고 내가하면 멋진 로맨스인데 남이하면 불륜 됨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는 세상이 되었다. 줄여서 내로남불 이라고 했던가? 이를 사자성어로 대변한다면 진화타겁(?火打劫)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제 세상은 자기 PR시대를 지나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고, 남의 실수가 나의 기회라고 굳건히 믿는 이상한 시대가 된 것이다.

병입골수(病入骨髓)라는 고사성어를 주목해보면 자신의 병을 알지 못하고 정확히 진단해주는 의사까지 의심하고 믿지 않아 점점 병이 깊어져 이제 더는 손 쓸 수 없는 지경에까지 갔으니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는 교훈이다. 이로써 병을 다스리든지 인격이나 감정을 다스리든지 아래 세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왜냐! 병(病)을 정확히 알면 정확한 처방과 치료방법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병을 잘 치료할 수 있는 방법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는 우명의(遇名醫), 자기에게 맞는 훌륭한 스승을 만나야 한다.

둘째는 긍복약(肯服藥), 모처럼 맞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라.

셋째는 수금계(守禁戒), 법도를 잘 지켜야한다.

이는 진단과 병행해서 지켜야 할 요소들이다. 정말 그렇다. 이제 자신의 병, 가정의 병, 사회의 병, 국가의 병까지도 병입골수의 진단과 치료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본문에서 제나라 환후는 자기가 최고라는 헛된 망상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의사가 진단하면 의당 한번쯤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요즈음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에게 약간의 병세가 감지되었을 때 병원을 찾지 않고 내 병은 내가 잘 알아 하면서 진단과 치료의 기회를 놓쳐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고집을 피우는 경우가 많다. 인격의 수양이나 감정을 다스리는 경우도 똑같다. 자기의 성격이나 재능 가능성 등에 대해서 자기는 잘 모른다. 자기를 올바로 진단하고 조언하며 인도해 줄 스승을 만나야한다.

그리고는 기회를 만들거나 때를 기다리며 부단히 준비해야한다. 준비된 사람은 반드시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아니면 자기가 기회를 만들 수 있으면 더욱 좋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가 되기 전에 나 혼자의 판단으로 기회를 착각하고 대들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때가 충분히 무르익었을 때 전격적으로 매진하여 일을 성취하는 것이 성공의 확률이 보장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법규나 어느 조직의 규율범주 속에서 자기 재능을 발휘해야 한다. 무조건 자기 영역이나 남이 할 영역을 구분하지 못하고 천방지축(天方地軸)날 뛴다면 아무리 능력이 있고 재능이 훌륭하다고 해도 남에게 부끄러움을 당할 뿐이다.

옛말에 千丈之堤以蟻之穴潰 百步之室以突隙之煙焚(천장지제이의지혈궤 백보지실이돌극지연분) 천 길의 제방도 개미구멍에 의해 무너지고 백 보 되는 큰 집도 굴뚝 틈의 연기로 인하여 타버린다고 하였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는 말이 있다. 참으로 지혜로운 가르침이다.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소홀이 넘기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국가를 책임지고 있는 직위에서 많은 권력을 소유한 자들과 옹고집자들에게 이런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전문가의 충언을 듣지 않고 무시해버리는 경우 망할 수밖에 없음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혹 국가가 경제적, 안보적 사항에 대해 병입골수의 경우 국가 지도자는 온 국민의 대동단결의 힘으로 극복해야 할 것이다. 혼자의 힘으로 극복하려는 어리석음은 절대 금물임을 다시 인식해야 할 것이다.

권력을 쥔 자들은 고집부리지 말고, 작은 충언이라도 듣고, 시정했더라면 작은 사건으로 끝날 수 있었던 것을 기회를 놓치면 후회해도 소용없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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